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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太和)’가 절실한 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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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18  23:4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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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23일 영국은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하는 소위 브렉시트를 결정하였다. 투표결과는 찬성 51.9%, 반대 48.1%의 박빙이었고,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는 찬성이 우세한데 비해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의 반대는 더욱 노골적이어서 영국의 오랜 지역적 분열상이 더욱 표면화되었다.

유럽 대륙의 국가들과는 항상 적정한 거리를 두고 독자적 역사를 구가해온 영국의 전통적 ‘고립주의’가 21세기에 다시 재현되는 듯 했지만 결국 하원은 부결을 결정하였고 EU는 브렉시트 시한을 2020년 1월 31일로 연기하였다. 지난 3년간 브렉시트 문제로 영국은 3명의 총리가 교체되면서 정치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2016년 11월 치열한 선거전 끝에 트럼프는 미국의 45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선거인단의 확보가 중요한 미국의 독특한 선거제도 때문에 간발의 차이로 당선되었으나 실제 전체 득표에서는 민주당의 힐러리가 앞섰다.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미국은 트럼프의 정책을 둘러싸고 여러 민족과 인종 간 분열 양상은 심화되고 있다. 재선을 준비 중이던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7월 볼로미디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며 미국의 군사 원조를 고리로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비리 조사를 종용했다는 의혹을 받으며, 최근 탄핵 요구에 직면해 있다.

지난 14일 워싱턴포스트는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의 말을 인용하여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 이익을 목적으로 우크라이나 정부를 설득하기 위해 미국의 군사 원조를 활용하려고 뇌물죄를 범했다’고 보도했다. 탄핵 소추를 받은 역대 미국대통령 가운데 뇌물죄가 적용된 경우가 한 번도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탄핵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은 강경해 보인다.

중국 정부가 직면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2014년의 홍콩 시위가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재스민혁명에 힘입은 찻잔 속의 폭풍이라면 2019년 홍콩 시위는 민중 봉기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홍콩에서 범죄자를 중국 대륙으로 송환할 수 있도록 한 법안에 반대해 3월 31일부터 시작된 시위는 법안 저지를 위해 휴업, 동맹휴학, 파업, 국제연대 등으로 이어졌다. 6월 15일 홍콩 입법회는 범죄인인도법의 2차 법안심사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발표하였지만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는 10월 이후 과격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홍콩 경찰은 시민을 향해 발포를 감행하는 등 진압의 물리적 강도도 거세지며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11월 14일 브릭스(BRICS) 정상회의 참석차 브라질을 방문 중인 시진핑 중국 주석은 홍콩 시위를 ‘급진 폭력 범죄행위’로 규정하며 ‘엄중’한 대처를 지시하였다. 홍콩시위가 어떠한 파국을 맞을지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각 국이 직면한 내정의 위기는 실은 우리 정치의 현실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으며, 이러한 갈등과 분열 양상에서 우리는 정치의 본질을 다시 한 번 환기하게 된다. 처음으로 중국통일을 이룬 진시황제의 무덤 주변에서 근래 청동 종(鐘)이 출토되었는데, 그 청동 종 표면에는 네 글자가 각주되어 있었다. ‘응종태화(應鐘太和)’, 즉 ‘응종의 악률처럼 큰 화합을 이루리라.’ 자금성에 가면 청제국의 황제가 정사를 집무하는 어전의 현판이 뚜렷이 보인다. ‘태화전(太和殿)’, 즉 통치의 근본이 큰 화합을 이루는 것임을 명시한 것이다.

국민투표를 통해 선출되고 결정된 정치지도자나 법안도 실은 거의 동수의 반대 입장과 의견이 엄존함을 망각해서는 안 되며 건설적 반론을 경청하고 수렴할 수 있는 소통과 포용이 절실하다. 각 국은 물론 세계정세에 산적한 문제가 큰 화합[太和]을 통해 해결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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