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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역설, 계약과 신뢰에 대하여■줄탁
이주현(생물과학·생명기술학과 박사과정)  |  news@cnumed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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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02  14: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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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는 수많은 관계들, 그리고 그 관계를 관통하는 계약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우리는 지갑을 스쳐지나가는 몇 개의 숫자들로 관계를 설정하고, 계약을 맺고, 사회를 이루어 왔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 그 계약들은 모두 신뢰를 바탕으로 합니다. 신뢰가 선행되지 않으면 계약은 휴지조각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인간만이 계약을 맺고 살아갈까요? 자연계에서는 이러한 모습들이 보이지 않을까요?

우리가 ‘사회성 동물’하면 떠오르는 대표주자는 단연코 개미입니다. 개미는 지구상 수많은 종들과 계약을 맺고 살아갑니다. 아마 (주)개미컴퍼니가 있다면 그 회사 앞에는 수많은 동식물, 미생물까지도 득시글 붐빌 것입니다. ‘우리와 먼저 계약을 맺읍시다!’하고 말이죠. 그 중에서 성공적인 계약의 예로 아카시아나무와 개미의 관계가 있습니다. 아카시아 나무는 매일같이 기린과 코끼리 같은 무자비한 포식자에게 매일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이파리를 파릇파릇 만들면 무시무시한 기린이 낼름 훑어먹었으니까요. 제 딴에는 방어를 하려 가시도 만들어보았지만, 무자비한 초식동물들에게는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카시아 나무는 (주)개미컴퍼니를 찾았습니다. ‘집도 주고, 먹을것도 줄게, 나 좀 살려줘’ 하고 말이죠. 그래서 개미는 ‘집과 당분 제공’을 계약서에 쓰고 아카시아나무에 경비원으로 취직했습니다. 포식자들이 혓바닥을 뻗으면 사정없이 올라타서 깨물었죠. 그러자 무시무시한 초식동물이 주춤하기 시작했습니다. (주)개미컴퍼니에서 나온 용병들에게 속절없이 당하고 말았습니다. 아카시아나무는 만족했습니다. 뜯어 먹힐 걱정을 개미 덕분에 덜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포식자들이 사라진 어느 날, 아카시아 나무는 생각했습니다. ‘개미들에게 들어가는 에너지가 너무 많은데? 조금 줄일까?’하고 말이죠. 그 날 이후, 아카시아 나무는 개미들에게 줄 당분을 줄였습니다. 그러자 개미들은 화가 났습니다. ‘계약서를 이렇게 파기해? 두고보자’하며 진딧물을 데려다 키우기 시작했죠. 경비원이었던 개미가 진딧물과 계약을 하며 낙농업으로 업종을 바꾼 것입니다. 진딧물들은 아카시아 나무의 몸에 빨대를 꽂고 개미들에게 단물을 주고, 개미는 외려 진딧물들을 보호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카시아나무는 후회해도 늦었습니다. 신뢰를 깨버렸기 때문입니다.

2019년 여름을 지나는 지금, 우리는 석연찮은 이유로 시작된 일본 발 무역분쟁 한가운데 서 있습니다. 이런 저런 핑계를 댔지만, 결국 일본은 한국의 경제에 치명타를 가하기 위해 국가 단위 신뢰를 저 버렸습니다. 이에 대하여 삼성, SK, LG 등 기업에서는 발빠르게 부품 및 소재를 국산화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했고, 놀란 일본 기업은 어떻게든 거래를 이어가려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전의 관계로 돌아가기는 힘들 것입니다. 이미 일본은 국가 단위의 신뢰를 저버렸기 때문이죠. 계약에 있어 신뢰는 중요합니다. 세계화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아카시아 나무와 개미의 관계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 이주현(생물과학·생명기술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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