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대구유니버시아드 대회, 그 한가운데로 뛰어든 대학생들이 23일 대구를 뜨겁게 달궜다. 전국의 1천 2백여 명의 풍물패가 참여한 '2003인 길놀이 및 풍물 한마당'의 행렬이 이어지는 국채보상공원에서 두류공원까지, "우유 먹여주며 땀 닦아주며 반겨주시는 대구 시민들이 고맙더라"는 목소리처럼 시민들과 한판 신나게 축제를 열어 젖혔다. "풍물치는 사람이 7천만 겨레의 통일을 외치는 마음을 모아내는 것"이라며 김기숙 양(불문·3)은 후배들과 함께 찾은 이곳에서 통일염원, 유니버시아드 성공개최를 바랬던 풍물치는 마음을 내비친다.

이들이 도착한 두류공원 야외음악당에서는 '평화기원 통일염원 세계 대학생한마당'이 더위를 피해 나온 대구시민들과 함께 진행됐다. 한국외대의 폴란드 전통춤, 용인대의 태권도 시범 등은 "대학생들이 참 재주도 많다" "재밌다"는 목소리로 곳곳에 즐거움을 심었다.

분위기가 정점에 달한 것은 영산줄다리기. 암줄과 수줄을 남북이라 칭하며 시민들도 함께 이어보자고 달려든다. 한참 흥겹던 이병재 씨(북구·52)는 "이렇게 열심히 통일하자고 하면 곧 되겠지"하며 이마의 땀을 닦아낸다.

#이북과 마주한 동포, 동포와 함께한 한판 승부

테니스 코트에 네 명의 여자 선수가 마주섰다. 24일 오후 2시의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서있는 그들을 한참 보고서도 "어디가 한국팀이야?"하고 물음을 던져야 했던 그들. 정구 선수들로 테니스는 처음이라는 이북 선수들, 결국 한국 선수들과의 한판에서 2:1로 탈락했지만 경기 내내 참 열심이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응원석의 반응들이 새삼스럽다. 이쪽이 실책해도 "아휴∼"하는 아쉬움이, 다른쪽이 점수를 내도"와∼"하는 함성이 무게를 함께 한다. 아이와 돗자리를 깔고 구경하던 김경미 씨(북구·31)는 "우리나라 사람들끼리 하는 것 같아서 특별히 구분해서 응원하는건 아니다"며 "북한 팀이 못하니까 조금만 더 잘해서 경기가 재밌었으면 싶다"고 한다.

"한국팀을 응원하기는 하는데 둘 다 잘했으면 좋겠다"는 신영자 씨(북구·64)는 "텔레비젼에서 북측 응원단 내려온다고 할때는 딴 세상 사람 같더니 여기서 보니 똑같네"라며 신기하단다. 그러면서도 덧붙이는 한마디.

"같은 우리 민족인데 신기하게 봤으니 그것도 참 이상하지?"


#축구를 배경으로 단일기 넘나드는 남북을 보았네

대∼한민국 울려퍼지던 바로 한국:아일랜드 경기가 아직 끝나기도 전인데 사람들의 시선은 이북 응원단의 입장으로 쏠린다. 하얀색 바지와 모자, 쪽빛 상의를 입은 그들을 향해 "조∼국통일", "우리는 하나다"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우리 선수 힘내라'는 '우리'가 참 좋다"는 김미리내 양(목포대 부총학생회장)은 "한 공간에서 응원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곧 통일이 올 것 같다"며 응원에 열심이다. 10분만에 이북 의 골이 터지고 어느새 9:0이 된 전광판 아래서 "우리민족" "세계최강"이라는 만족스러운 함성이 높아진다. 동편에서 시작된 파도타기가 서편 이북 응원단까지, 서편에서 동편 아리랑 응원단까지 쉴새없이 앉았다 서면서도 김혜경 씨(부산·25)는 "이 끝에서 저 끝까지 모두 하나란 생각에 너무 즐겁다"고 말한다.

어느새 경기는 배경이 되고, "우리는"하고 이북 응원단이 귀를 기울이며 "하나다"라는 남쪽 응원단은 그 흥에 고조될 때, 한반도기가 남북 응원단을 가로지르고 있던 철조망을 넘어섰다. 한반도기 넘어서는 그 순간 친구와 붙잡고 울었다는 정하나 양(화공·1)은 "한반도기가 넘어가고, 함께 우리는 하나다를 외치면서 이미 통일이 된 것 같다"며 "못 본 사람은 죽어도 모를 감동이었다"고 한다.

"잘가시라 다시 만나요"하는 인사가 맺힌 듯 아쉬운 순간, 북쪽에도 남쪽에도 머물다 돌아온 그 한반도기에 다시 한번 손을 올려본다.

백지선 기자 kindpl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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