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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 이어폰? 無 이어폰!■고 기자의 15일간 이어폰 없이 살기
고원진 기자  |  evkq@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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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13  16:2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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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 통학으로 정신없는 아침에도 스마트폰과 함께 꼭 챙기고 나가는 물건이 하나 있다. 바로 이어폰이다.

2000년대 초반 MP3의 보급과 함께 일상 속에 등장한 이어폰은 2000년대 후반 스마트폰의 상용화로 미디어 콘텐츠가 늘어남에 따라 사용량이 자연스럽게 증가했다. 덕분에 우리는 대중교통, 캠퍼스, 카페, 길거리 등 주위 어디를 둘러봐도 이어폰을 꽂은 채 휴대전화, 노트북에 열중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마주할 수 있다.

이어폰과 한 몸처럼 지내던 기자가 이어폰 없이 살기에 도전한 계기는 친구가 무심코 던진 한 마디다. 이어폰을 끼고 약속장소에 나타난 기자에게 친구는 “방금 무슨 곡 들었어?”라고 물었다. 대답하지 못했다.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틀어놔도 음악에 관심이 없었다. 사실상 귀마개에 불과한 이어폰의 모습과 그것에 익숙한 스스로를 발견했고 이를 바꿔보기 위해 이어폰 없는 삶에 도전하기로 했다.

아직은 네가 없는 게 힘들기만 해
 
   
▲ 도전 첫날 서랍에 넣어둔 이어폰
이어폰 없이 사는 첫째 날, 자정이 되자마자 이어폰을 서랍에 넣었다. 비장하게 시작한 도전이지만 막상 보름 동안 이어폰 없이 살 것을 생각하니 허전함과 무료함을 어떻게 달랠지 걱정스러웠다. 침대에 눕자마자 어색함이 찾아들었다. 자기 전 유튜브를 보거나 음악을 들을 때에는 느끼지 못했던 적막이 느껴졌다.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30분이 넘게 뒤척이다 잠이 들었다.
 
2일 차, 좋아하는 가수의 신곡이 발표됐으나 바로 들을 수 없어 답답했다. 음악을 듣거나 영상 콘텐츠를 보는 것은 일과를 마친 후 기숙사에 돌아왔을 때에나 가능했다. 정숙을 요구하는 장소가 아니더라도 공공장소나 외부에서는 스피커로 음악이나 영상을 감상하기에는 눈치를 보게 됐다.
   
▲ 이어폰 없이 버스 기다리는 시간은 길기만 하다
5일 차, 고향에 올라가기 위해 발을 옮겼다. 이어폰 없이 캠퍼스 안을 거니는 것은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버스가 큰 난관이었다. 버스를 기다릴 때도, 타고 이동할 때도 이어폰이 생각났다. ‘책이라도 챙길 걸’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긴 시간을 아무것도 없이 앉아있는 것은 고통스러웠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
 
   
▲ 기숙사에 돌아와 이어폰과 함께 보냈던 시간에 룸메이트와 대화하기
7일 차,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대화를 많이 하게 됐다. 룸메이트, 친구들과의 대화가 많아졌고 특히 가족과의 통화도 잦아졌다. 특히 이 날은 룸메이트와 대화하던 중 이어폰 없이 살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왜?”라는 말이 되돌아왔다. 사서 불편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 이유였다. 공감했다. 아직은 불편하고 어색한 것이 더 크지만 기자도, 룸메이트도 이어폰을 내려놓았기 때문에 이런 대화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10일 차, 이어폰이 없는 일상에 어느정도 적응한 것 같았다. 잠드는 데 걸리는 시간도 도전 초기보다 단축됐고 기상 시간도 빨라졌다. 이어폰의 무게만큼 가벼워진 주머니가 오히려 편했다. 캠퍼스 내에서 학생들이 대화하는 소리를 비롯해 여러 가지 소리들이 자연스럽게 들리기 시작했다. 봉지에서 여유를 만끽하는 학생들의 모습들도 눈에 들어왔다. 이전에는 감흥 없이 지나쳤을 주변 모습이지만 관찰하고 감상하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 이어폰을 빼고 기사 쓰기에 열중하는 모습
15일 차, 과제를 하는 시간과 기사를 쓰는 시간에도 이어폰이 생각나지 않았다. 오히려 음악을 들으면서 했을 때보다 쉽게 집중할 수 있었다. 체험 마지막 날을 마무리하며 15일간의 기록을 돌아봤다. 사소한 변화는 분명히 존재했다.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줄었고 주변사람들과 대화를 자주 나눴다. 그리고 주변 환경에 대한 관심이 늘었고 비는 시간을 맞이해도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귀를 열고 주위를 둘러봐요
 
체험을 통해 기자는 그동안 이어폰을 습관처럼 껴왔다는 점을 실감했다. 동시에 이어폰 없는 일상을 영원히 이어나가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도 느꼈다. 체험이 끝난 후 다시 이어폰을 사용하지만 이어폰을 끼지 않는 순간만큼은 주위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집중하게 됐다.

이어폰이 우리가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해주는 도구임은 분명하지만 이어폰을 끼는 순간 외부의 소리는 차단된다. 일상 속에서 이어폰이 귀마개로 전락하는 것은 한순간이다. 이어폰을 내려놓고 귀를 열면 주위의 소리가 들리고 풍경이 보인다. 즐거움은 보다 가까운 곳에서 단자나 페어링(pairing) 없이 찾을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짧은 시간이라도 한 번쯤은 이어폰을 빼고 주위와 소통하는 시간을 가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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