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부터는 비무장지대입니다' 라는 푯말이 시야로 들어온 순간부터 떨리고 긴장되기 시작했다. 700여명의 대학생을 태운 금강산 관광 지정 버스가 한 대씩 차례로 군사분계선을 통과하는 순간이었다. 지금껏 같은 우리 나라 땅임에도 불구하고 넘을 수 없었던 그 경계를 우리는 지금 넘고 있었던 것이다. 비무장지대의 분위기는 생각만큼 삼엄하지 않았다. 너무나도 평화롭고 조용해서 여기가 비무장지대 맞나 싶을 정도였다. 오히려 황량하기까지 한 비무장지대를 가로지르면서 혹시 버스가 지뢰를 밟지 않을까 하는 우스운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북한 지역으로 들어가자 인민군의 모습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 사진 자료에서 볼 수 있는 4,50년대 군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 곳만 시간이 그대로 멈춘 것처럼 예전의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신기하기만 했다. 인민군들은 전체적으로 작은 키에 약간 검게 그을린 얼굴을 하고 조금은 피곤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었다. 통일로(금강산 관광을 위한 길) 양쪽으로 쳐져 있는 철조망 너머에서는 실제 북한 주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고 있었고 동네 아이들이 길을 걷고 있었다. 소가 쟁기질을 하는지 논에서 북한 주민과 소가 함께 일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시간은 거꾸로 흐른 듯 했지만 역시나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해금강 호텔에서 내려 북측 CIQ에서 입국수속을 마친 뒤 온정리 마을까지 도보로 행진할 준비를 했다. 주최측인 '지우다우'에서 준비한 '우리는 하나'라는 글씨와 한반도가 새겨진 천을 어깨에 망토처럼 두르고 우리는 온정리 마을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온정리 마을로의 도보 행진은 처음 시도되는 일이기 때문에 구호를 외치거나 노래를 부르는 것이 금지되고 사진촬영이 제한되는 등 더욱 주의가 요구됐다. 하지만 처음으로 북녘 땅에 내딛는 발걸음은 가볍기만 했다. 손에 스치는 바로 옆 길가의 북한 야생화와 발에 차이는 북한 돌멩이들을 온몸으로 느끼며 맑은 공기를 흠뻑 들이마셨다. 조금 전 버스 안에서 유리창문을 통해 봤던 인민군과 북한 주민들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 같은 공간에서 우리들이 함께 있다는 사실이 실감났다.

조금 더 걸어가자 나중에는 '여기가 북한 맞아?'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남한과 크게 다르지 않은 북한의 모습에 왜 우리가 이토록 힘들게 '경계'라고 부를 수 밖에 없는 그 곳을 넘어야만 북녘 땅을 밟을 수 있는지 안타깝기만 했다. 그 곳을 밟으면 전염병에 걸리는 것도 아니고 절대 넘어서는 안될 장애물이 있는 것도 아닌데 굳이 군사분계선을 임의로 그어 남과 북을 분리한다는 것이 이해가 안될뿐더러 지금의 현실이 너무 답답하게 느껴졌다. 온정각에 도착한 우리는 텐트에 짐을 풀고 조별로 통일이나 이번 행사의 의의 등에 대한 토론을 한 다음 북한에서의 첫째 날을 마쳤다.

둘째 날, 금강산 해수욕장에서 해수욕을 즐기고 구룡폭포 구역을 등반하면서 금강산의 절경을 눈으로 감상한 것이나 셋째 날, 천선대와 망양대를 올라 금강산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모란봉 교예단의 공연을 관람하면서 북한에 대해 더 알아갈 수 있었다. 특히 인민대중 스스로 김일성 주석의 위업을 기리기 위해 바위에 '사상도 예술도 문화도 주체의 요구대로', '우리식대로 살아나가자' 등의 글귀를 새긴 구호바위가 인상적이었다. 또 모란봉 교예단의 공연은 눈물이 나올 정도로 아찔하면서도 감동적이었다.

비록 700여명의 대학생들이 함께 움직이느라 질서정연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거나 일정 진행상 많은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지만 3박4일 동안의 평화캠프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남겼다. 이번 평화캠프를 통해 금강산 관광이 재개된 것이나 처음으로 많은 학생들이 북녘 땅을 도보행진을 했다는 의의뿐 아니라 우리들이 직접 눈으로 본 북한이 별반 남한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우리가 정말 하나라는 것을 느낀 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여행이었다고 생각된다. "남한 사람들을 모두 금강산에 보내면 정말 통일이 될 것 같아요". 얼마 전 금강산 모꼬지를 다녀온 후배가 했던 말이 계속 귀에 맴돈다.

정나래 기자 jnroisea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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