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고시원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필자의 누나가 9년 전 우리 대학 인근 고시원에서 전기합선, 가스 안전사고에 불안을 떨며 하루하루를 지내던 것이 기억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9년 전 일이기에 지금은 상황이 나아졌길 기도하는 마음에서 고시원 취재를 시작했다.

지난달 21일까지 북부 소방서는 북구 소재의 고시원 48곳을 전수조사했다. 전수조사를 한 후 고시원들을 들렸기에 어느 정도 안전설비들이 갖추어져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법이 규정한 최소한의 정도이다. 현행법상 소방시설 점검 시 비상벨과 비상탈출구, 탈출용 완강기 등 기초적인 시설만 살펴보기에 종로고시원 참사의 주원인으로 꼽혔던 스프링클러 미설치에 관해서는 불량판정을 내리지 못한다.

지난달 13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법 시행 이전부터 영업해온 시설에 스프링클러 같은 화재안전시설을 설치하도록 하는 법령이 가능한지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는 이전부터 꾸준하게 시민단체, 정치계 모두가 주장해왔던 내용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그와 관련된 법안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더 이상 반복되는 사고에 소중한 목숨들이 헛되이 희생돼서는 안 된다. 이번 고시원 소방점검은 일회성 점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국회에서 멈춰 있는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 법안들도 조속히 통과돼 모든 사람이 안전한 환경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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