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땅콩 회항’부터 조현민 ‘물벼락 갑질’까지 한진그룹의 가혹한 갑질 경영이 뉴스에 연달아 보도되는 가운데 연대를 통한 을들의 용기 있는 움직임을 독려하는 사람이 있다. 땅콩 회항 사건 당시 사무장이었던 박창진 대한한공 직원연대지부장이 그 주인공이다.

박 지부장은 대한항공에서 일하며 어느 순간부터 회사를 내 몸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잘못된 세뇌’를 하기 시작했다고 털어놓는다. VIP 수행 승무원으로 선출된 다음부터 회사와 자신을 동일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성공한 사람이 된 것 같았고 나 자신이 회사 그 자체처럼 느껴졌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러한 박 지부장의 생각이 변하기 시작한 것은 2012년 브루나이 비행 도중 일어난 면세품 도난 사건 이후였다. 당시 팀장이었던 그는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하청업체의 몫인 면세품 판매 수익이 조 씨 일가 3남매에게 오롯이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회사를 위해 희생해야 한다는 박 지부장의 생각은 그로부터 4년 뒤 땅콩 회항 사건을 겪으며 완전히 바뀌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제 잘못이 크다며 자신을 탓했던 그였지만 사건 이후 자신의 행동을 다시 생각해보면서 조현아 전 전무의 갑질이 노동자의 권리, 크게 보면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박 지부장은 노동자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포기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고발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사회 구조를 을들이 침묵하는 원인으로 지적하며 구조를 바꾸기 위해 맞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약자인 을에게 가혹하면서 갑에게는 관대한 사회 시스템에 맞서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저항의 이유를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대한한공 직원연대지부 조합원이 아직 500명일뿐이지만 나와 같은 사람이 계속 생겨나면 사회를 바꿀 수 있을 것이다.”며 을들이 눈을 뜨고 연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