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움직임을 아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 마음을 언어로 드러내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마음에서 출발한 언어가 언어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침몰하는 사태를 자주 본다. 75편의 응모작 가운데 많은 작품이 언어의 소용돌이에 마음이 사라지고 있었다. 너무 자세하고 꼼꼼하게 드러내려다 중심이 무엇인지 모를 정도로 언어가 흐리터분하거나 너무 강하게 전달하려다 내가 어디 있는지 모를 정도로 나와 언어가 어긋나 있었다.

그 가운데 언어가 선명하면서도 자기만의 방법으로 마음을 탐구하는 시들이 눈에 띄었다.<『날다람쥐의 숨결에 적힌 이름』> 외 2편은 현미경을 통해 마음을 확대하여 눈앞의 풍경으로 다가오게 하고, <작설(雀舌)> 외 2편은 사소한 마음에 담긴 만화경을 포착하여 보여주고 있으며, <간절곶>외 2편은 몸과 세상이 만나는 마음의 진폭을 따라가는 점이 두드러졌다.

<『날다람쥐의 숨결에 적힌 이름』>은 예민한 감각의 촉수를 따라 상상의 그물을 펼쳐가는 힘과 자신을 성찰하는 힘이 주목할 만했다. 다만 어조에 묻혀서 감추어졌지만 띄엄띄엄 빈구석이 보인다. <작설(雀舌)>은 민감한 감수성으로 세상을 수렴하는 이미지의 급회전이 매력적인데 급회전이 때로 파편화되는 구석을 만들기도 한다. <간절곶>은 언어를 엮어가면서 감각과 사유가 균형을 이루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삶을 통해 얻어진 정서적 질량이 풍부하다. 따라서 <간절곶>을 당선작으로 선하는 것에는 심사위원 사이에 이견이 없었으나 가작을 추리기가 주사위 놀이만큼 힘들었다. 남은 두 작품에 대한 논의 끝에 관념의 직접 노출이 비교적 덜한 <『날다람쥐의 숨결에 적힌 이름』>을 가작으로 결정하였다. 응모자 모두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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