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담배 파이프 그림 아래 적혀있는 메시지다. 이를 통해 작품 속 파이프는 실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파이프라는 단어 역시 사물을 지시하는 단어일 뿐 그 본연의 존재는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단어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그렇다면 대학가의 최대 화두인 ‘융·복합형 인재’라는 단어의 실재는 무엇일까. 얼마 전 정병석 총장은 ‘어젠다 (Agenda) 2021’ 선포식에서 새로운 시대를 이끌 미래형 인재 양성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기조에 발맞춰 우리 대학은 계열별로 의무 이수학점을 설정했다. 다른 계열의 수업을 들어봄으로써 융‧복합적인 사고를 기르도록 한다는 게 그 목적이다. 하지만 ‘융합인재’는 단순히 타 계열에 개설된 강의를 듣는다고 해서 양성되지 않는다.

좀 더 본질적으로 접근해야만 한다. 그야말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꼭 필요한 ‘독창적 접근’과 ‘새로운 시도’는 출제자의 의도가 뭔지 생각하고 정답을 찾아내는 현재의 교육 시스템 하에서는 불가능하다. 정해진 틀 안에서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한 암기 위주의 교육으로는 융합적인 사고가 가능할리 없다.

르네마크리트의 <이미지의 배반>은 ‘이미지와 단어는 허상이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를 보고 우리 대학의 ‘융합 인재’가 떠오르는 것은 융합인재라는 단어 속 본질이 없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에서다. 이제는 ‘진짜’ 융·복합 인재 양성을 위해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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