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영화 <택사운전사>의 스틸컷
우리는 무엇 때문에 5·18 민중항쟁을 부르짖는가. 광주 시민에게 5·18 민중항쟁이란, 타지에 살아가는 자들에게 5·18 민중항쟁이란 무엇인가. 영화 <택시운전사>는 그동안 풀지 못했던 질문에 대해 답한다.

지난 2일 개봉한 영화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그날의 모습을 담고 있다. 김만섭은 가난한 서울 택시운전사다. 그는 오로지 밀린 월세를 갚기 위해 독일기자 피터를 태우고 광주로 향한다. 떠날 때만해도 이방인이었던 김만섭은 서울로 돌아오며 민주화를 위해 노력한 이들과 함께 눈물을 흘린다.

5·18 민중항쟁의 상징인 광주에 살고, 시작점인 전남대학교에 다니며 늘 그 중심에 있다고 자만했다. 그러나 우리는 시대의 이방인이다. 스쳐 지나가는 대학과 금남로는 더 이상 최루탄 냄새를 담고 있지 않다. 어떻게 바라보기만 하고 그들을 온전히 이해하고 공감한다고 자신할 수 있겠는가.

결국 1980년대 서울에 살고 있던 김만섭도, 30년이 흐른 광주에 살고 있는 우리도 모두 이방인이다. 하지만 ‘남의 일’로 치부했던 광주의 불행을 온전히 ‘나의 일’로 받아들이며 변화해가는 김만섭이 그랬듯 우리도 그들과 함께 눈물 흘릴 수 있다. 다만, 더 이상 동정으로서 공감의 강요가 아닌 현재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공감이 필요하다.

<택시운전사>는 각자 서로 다른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이 5·18 민중항쟁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거창한 이념이나 사상이 없어도 평범한 상식과 도리를 가진 사람이라면 함께 할 수밖에 없었노라고 말한다. 언론인으로서 광주의 진실을 알리고자 하는 기자 피터와 택시기사로서 손님을 목적지까지 무사히 태워주고자 하는 김만섭. 둘의 가치관은 조금은 다르다. 그럼에도 이들은 인간으로서 해야 하는 자신의 일을 한다. 이들의 모습은 ‘사람으로서 해야 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깊이 공감할 수 있다. 공간이, 시간이 변함에도 우리에게 변하지 않는 가치는 바로 사람으로서 주변에 소중한 사람, 지키고 싶은 존재가 있다는 점이 아닐까.

<택시운전사>는 5·18 민중항쟁이 과거의 일, 남의 일이 아닌 우리에게 존재하는 일이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비록 거리에는 최루탄 냄새가 총탄의 소리가 남아 있지 않지만, 우리는 촛불로서 길을 밝혔고, 목소리를 높여 참여할 수 있다.

<택시운전사>의 장훈 감독은 “관객들이 만섭의 택시에 함께 타고 가면서, 당시 사람들의 이야기가 결국은 우리들의 이야기임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5·18 민중항쟁은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한다. 그게 아픔이 될 수도 고통이 될 수도 때로는 깨달음이 될 수도 있다. 감독은 5·18 민중항쟁이라는 사건 하나만을 역사 속 하나의 필름으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이어지는 선상에서 이해하길 바라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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