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사설: 2002년 09월 18일 00시 00분 입력


 대학 시간강사 문제가 구조화돼가고 있다. 이 문제는 시간강사들의 문제이면서 교육의 수요자인 학생들의 문제이기도 한다. 그동안 일부 대학에 출강하는 시간강사들이 노조나 협의체를 결성해 자신들의 생활상을 밝히며, 대학과 정부당국에 문제해결을 촉구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대학교육의 절반 이상을 이들이 맡으면서 학생들의 입장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재정 민주당 의원이 16일 내놓은 국정감사 자료를 살펴봐도 대학교육의 질 저하를 우려할 수준이다.
 이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국립대학인 전남대의 전공과목과 교양과목 시간강사 비율은 각각 42.8%, 57%를 차지하고 있다. 같은 국립대인 여수대 목포대 목포해양대의 사정도 비슷하다. 대학원에서 조차 전남지역 국립대학들의 시간강사 비율이 10%를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사립대학은 전공과목 조차 70%에 이르고 있다. 재정이 열악한 사립대학의 경우 어느 정도 이해가 가지만 국립대학마저 시간강사 비율이 이렇게 높아야 하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학생들은 비싼 등록금을 내면서 신분과 연구여건이 불안하고, 열악한 시간강사들에게 교양과목과 전공과목, 대학원 과목까지 강의를 듣고 있다. 더구나 일부 대학에서는 교수들의 친분에 따라 시간강사를 고용하고, 전공도 아닌 다른 과목까지 맡기는 예가 많아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가고 있다.
 시간강사들 역시 너무도 열악한 여건과 처우속에서 대학교육의 절반을 책임지고 있다. 이들은 3~4개 대학을 쫓아 다니며 강의를 해도 월평균 100만원도 받지 못하며, 방학때는 그나마 수입이 없어 심한 생활고에 시달릴 지경이다. 최근에는 외국 유명대학의 석·박사들이 밀려들어 `시간고용'마저 불안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교육당국과 대학은 시간강사 문제를 방치하고 있으며, 대학내부에서 조차 `모르쇠'로 일관해 `교수들이 올챙이 시절을 모른다'는 비판의 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시간강사 문제는 대학교수들이 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대학교수들도 시간강사 시절을 거쳐 그들의 형편과 그로인한 대학교육의 문제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의 핵심 구성원인 교수들은 어떤 이유에선지 이 문제에 대해 매우 소극적이다.
 대학의 경쟁력은 연구와 교육의 경쟁력이다. 각 대학들과 교육당국은 현재의 시간강사들을 정교원으로 채용해 시간강사들을 대학에서 흡수해야 하며, 시간강사 채용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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