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드라마 <시그널>처럼 1980년 그때 그 사람들과 무전을 하게 된다면,  그래서 그들이 당신이 사는 2017년의 삶은 얼마나 나아졌냐고 물어본다면 뭐라고 답하시겠습니까?”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멈춘 5·18 관련 시사프로그램의 마지막 멘트였다. 비록 처음부터 시청하진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슴이 뜨끔했다. 우리는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

필자는 입이 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답은 “아니요. 당신들이 목숨을 바쳐 지켜낸 민주주의이지만 치솟는 취업난 때문에 앞으로 무엇을 하고 살아야할지 고민하기도 바쁜 삶이거든요.”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세간을 시끄럽게 했던 전두환 회고록을 들여다보면 중간에 이런 말이 등장한다. “진실의 전모가 밝혀지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한지 모르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가능한 조사만이라도 이뤄져야 한다.”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우리가 그들을 향해 하고 싶었던 말을 그들이 되레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는 것이 분노가 치밀고 씁쓸하기까지 하다.

누군가는 눈을 잃었고, 누군가는 아버지를 잃었으며, 또 누군가는 자식을 가슴에 묻어야만 했다. ‘어쩌다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님에도 오랜 시간으로 빛바래진 사진마냥 우리는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 왜 우리는 조그만 일에 그리도 쉽게 분노하면서 아직도 분노해야 할 일들에 대해 한없이 너그러워지는가.

오늘도 문득 들른 용봉관 1층에는 여전히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다. 텅 빈 전시장 안에는 프로젝터에서 나오는 내레이션만 맴돌 뿐이다. 역사는 무관심에 답을 주지 않는다. 지금 우리가 몸소 행동으로 보여줬던 그들을 민주화 열사로 평가하지만 훗날 우리의 모습을 미래에는 뭐라 평가할까? 이번 <전대신문>을 통해 민주화의 성지인 우리 대학의 일원으로써 잠시라도 그들을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잠시라도 분노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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