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모르는 어느곳엔 가에서는 시간을 숨기거나 조작할 수가 있었다. 가깝게는 세월호 침몰 사건에서도 숨겼던 시간들을 새롭게 발견하게 될 것이다.”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건 이후 썼던 전대신문 줄탁의 마지막 문장이었다. 차디찬 바다 속에서 울부짖고 몸부림 치고 있었을 아이들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드디어 그 때의 감춰진 시간 하나 하나가 드러나고 있다. 소중한 황금 시간대를 놓친 것에 대해 국민들은 울분을 토했고, 지금도 분노한다. 그 시간 속에서 ‘딴짓’했던 자들은 자신들의 엉큼한 시간을 숨기기에 급급했고,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그날 오전 10시에서야 뒤늦게 보고를 받고, 또 11시가 넘어 315명이 배에 갇혀있다는 보고를 받고도 대통령은 ‘올림머리’를 손질하느라 미용사를 불러 90분을 허비했다고 아침 신문이 전한다. 그들만 알고 아무도 몰랐던 대통령의 시간! 그러나 촛불이 모여 그 때의 그 시간을 이렇게 밝힐 줄이야. 다행이다.
 
지난 주 토요일, 대한민국에 230만의 촛불이 밝혀졌다. 활활 타올랐다. 한 달 전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만약 지난 11월 12일, 50만의 촛불이 매번 40만, 30만, 20만으로 줄어들었다면 지금과 같은 촛불의 기적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그랬다면 저들은 기필코 그 시간을 꼭꼭 숨겨 아예 지워버렸을 것이다. 아찔하다.
 
1984년 1월 고부봉기를 계기로 시작된 동학농민군의 혁명은 그 해 3월 무장에서 반봉건의 슬로건과 함께 기병하고, 4월에 황토현 전투에서 관군을 격파하여 곧바로 전주성에 입성했다. 전주성에서 농민군은 정부와 화약을 체결했다. 이것이 신분제를 폐지하는 약조 등이 담긴 폐정개혁안이다. 조선의 신분제 폐지는 이렇게 동학농민 군의 요구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리고 농민군은 전라도 각지에 주민자치기구라 할 수 있는 집강소를 설치해 스스로 자치행정을 펼쳤다.
 
동학농민군의 횃불은 꺼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 농민군은 정부를 믿었다. 그러나 그 해, 무지한 조선 정부는 청·일 양국의 군대가 조선에 진둔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일본군은 경복궁을 점령하고, 청과 전쟁을 벌였다. 그들은 조선 땅에서 전쟁을 일으켰다. 동학농민군은 그해 9월에 반외세 기치를 걸고 다시 봉기했다. 최고 4만에 이르는 농민군을 형성했으나 우금치 전투에서 조선군과 일본군의 연합군에 의해 괴멸되어 버렸다.
 
어찌 불과 3천명도 채 되지 않는 조·일 연합군에 의해 패배할 수 있었을까? 2~3백 명 정도의 일본군이 합류했지만 그들의 신식 무기를 농민군의 죽창과 화승총이 감당할 수 없었다. 그리고 패배한 농민군은 일본군의 끈질긴 색출에 의해 무참히 짓밟혔다. 일제 식민지 지배도 아닌 19세기 후반, 조선 땅에서 조선 정부의 묵인 아래 일본군에 의해 학살이 자행되고 있었다. 그해 횃불은 이렇게 사그라졌다. 일본을 등에 업고 자기 백성을 학살한 조선은 그로부터 16년 후, 아예 나라를 통째로 그 일본에 빼앗겼다.
 
122년이 흘렀다. 2016년 겨울과 함께 우리는 다시 따뜻하고 열렬한 촛불을 들었다. 상기하자면 다시는 이 열기를 짓밟히지 말아야 한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쟁취한 지금의 헌법으로 우리는 대통령을 직접 선거로 뽑을 수 있었지만 결국 정권을 바꾸지는 못했다. 그때도 국민들은 속고 속상해했다.
 
2016년 겨울, 촛불은 혁명! 꺼지지 않는 불꽃이 되어 이제는 속지 않을 것이며, 짓밟히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려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 고개를 돌리고 눈을 감는 순간 저들은 대열을 정비해 반격할 것이다. 다시금 속지 말고 넘어지지 말자! 국민이 주인이다! 국민이 권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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