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으로써 할 수 있는 일을 다하자는 마음에 참여해….
박근혜 대통령 하야 뿐만 아닌 다양한 곳에서 문제제기와 혁신 필요
 
100만, 지난 12일 민중총궐기 대회 주최 측이 추산한 시민들의 숫자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한 시민들은 광화문 일대에서 행진과 촛불집회를 지난달부터 이어 가고 있다. 6월 항쟁 이후 가장 많은 인원이 참여한 시위로 새로운 역사가 된 이날. 집회에 참여했던 윤내경 씨(원예·11), 이이서 씨(국제·16), 오신석 씨(자율전공·14), 홍범석 씨(자율전공·14)를 만났다.

모두의 민중총궐기, 촛불로 밤을 밝히다.
사회자: 어떤 계기로 참여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윤내경: 휴학 후 공무원 시험 준비 중 젊은이로서 수동적, 안정적인 길을 가고 있음에 부끄럽고 화가 났다. 그간 겪던 힘듦과 어려움이 개인의 잘못 뿐만 아닌 사회 구조적 문제라는 걸 깨닫고 가만히 있기 보다는 함께 개선해 나가야겠다고 느꼈다. 
 
이이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건이 처음부터 크게 와 닿지는 않았다. 그러던 중 이 사안의 진짜 문제는 무관심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적인 순간에 빠진다는 것이 부끄럽기도 했다.
 
홍범석: 지난해 민중총궐기에 다녀온 이야기를 듣고 시위현장이 궁금했다. 또 사람들이 삶에 대한 투쟁을 어떻게 벌이는가를 직접 보고 싶었다. 한 달 전부터 가려고 계획 중 이번 사건으로 예상인원이 크게 늘어나 기대감도 커졌다.
 
오신석: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국가의 경제, 안보, 정치 관련 모든 문제들 즉 사회악이 표면적으로 드러났다. 한가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도 하자는 마음에 참여하게 됐다.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촛불 한 땀 수놓아 한국 현대사 비극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싶었다. 
 
싫어하시던 부모님, 관심 없던 친구들도 응원해
사회자: 시위에 참여한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
 
윤내경: 아버지는 먼저 시위에 참가하라고 권했다. 어머니는 평소 데모 참여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는데 시국이 심각한 만큼 다녀오라고 해 마음 편히 다녀올 수 있었다. 함께 하지 못하는 친구들은 부러워했다. 
 
홍범석: 형이 시위 참가 후 혼난 적이 있어 서울에 관광 다녀온다고만 했다. 아버지께서 다시 물어봐서 솔직하게 말하니 용돈을 더 주기까지 했다. 직접 가보니 뜻 깊은 역사 현장의 한 페이지를 내가 완성하고 있었다.
 
이이서: 정치에 무관심한 친구들도 이번일로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다. 친구들과 정치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었는데 같이 집회에 나가자고 해서 놀랐다. 긍정적인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오신석: 대부분 가면 좋다는 식이였다. 여전히 관심 없는 친구들도 있으나 진취적인 친구들은 이 사안이 필수적이라고 이야기했다. 각자 가지는 문제의식과 관심도에 따라 다른 것 같다. 
▲ 지난 12일 서울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도보행진을 하고 있는 대학생들의 모습.

박근혜 하야 만을 외쳐야 하는 자리 아쉬워
사회자: 축제 같은 분위기가 이번 시위의 특징이였는데.
 
홍범석: 시민들이 주체가 되었던 만큼 ‘평화 시위를 해야 한다’는 의식이 강했던 것 같다. 물론 평화롭게 해결되면 좋겠지만 100만이 촛불을 들고 하야하라는 외침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사과로 그치는 것에 허무하고 화가 났다. 
 
이이서: 시민들의 비폭력운동은 자부심을 지키려는 것이 아닐까. 불법인 폭력시위보다는 박근혜 정부와는 달리 ‘우리는 청렴하다’라는 생각에 비롯된 것 같다. 정치권이 압박을 받아 대통령이 피의자가 된 것만으로도 굉장한 발전이다. 
 
윤내경: ‘평화시위로 뭐가 바뀌겠느냐’ 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폭력시위가 된다면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로 시위의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비춰져 본질이 흐려질 것 이다. 
 
오신석: 시위는 폭력의 유무와 상관이 없다. 100만이 모여 폭력시위가 일어났다면 큰 사고로 번졌을 가능성이 있지만 평화시위라 안도했다. 그러나 대통합을 위한 배제가 이루어졌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사드배치, 국민연금 등 다양한 곳에 영향을 미친 가능성이 드러났음에도 시위 중 이런 발언을 하면 ‘왜 정치 이야기를 하냐’며 막았다. 정치적인 행위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직 박근혜 하야 외에는 아무것도 외쳐서는 안 되는 공간이 되어 안타까웠다.
 
하야 뿐만 아닌 다양한 분야 문제제기와 혁신 필요
사회자: 현 시국에 대한 의견, 해결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이서: 투표권 연령을 만 17세로 낮춰야 한다. 재벌, 독재, 친일 청산 같은 혁명적 변화가 일어난다면 가장 이상적이지만…. 투표권 연령을 낮춘다면 어려서부터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교육이 바뀌고 의식이 변하지 않을까. 사회시스템에서 청년, 청소년의 이야기를 들으려면 투표권을 낮춰야한다.
 
홍범석: 재벌, 언론 등 다양한 부분에서 이번 사태에서 누가 가장 큰 이익을 보았는가 따져 봐야한다. 결국에는 박근혜 하야 만이 답이 아니다. 대한민국 전체의 구조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다양한 곳에서 혁신과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 

조금 용기를 내보는 건 어떨까?
사회자: 시위참가를 망설이고 있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오신석: 망설이는 것도 굉장히 건강한 과정이다. 반드시 나와야 한다는 것도, 반드시 두려워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누군가는 해야만 하겠다고 느낄 수 있고 누군가는 할 수 있는 걸 하는 것에 불과하다. 다만 이번 일로 민주사회에서 일상과 정치의 분리가 불가능함을 인지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윤내경: 노력을 해도 한계에 부딪히고 지친 젊은이들은 자조적인 루저가 되었다. 청년들을 위한 사회적 기반이 없는 건 ‘청년들의 무관심과 목소리를 내지 않아서’이다. 다양한 공간에서 우리가 바꿀 수 있는 세상을 위해 노력하면 좋겠다. 조금의 용기를 내보는 것이 어떨까?
 
이이서: 시위에 참여했다고 꼭 정의로운 사람은 아니다. 우리는 그냥 다 똑같은 대학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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