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전부 40대 이상만 가라. 나이 먹은 사람들이 자기들은 전쟁에 나가지 않으니까 쉽게 결정해서 젊은 사람들을 죽게 만든다.” 찰리 채플린이 한 말이다. 이 외침은 전쟁의 위협을 통해 기득권을 강화하려는 자들에게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가장 가공할만한 새로운 무기의 실험장은 전쟁터이다. 누군가 오판에 의해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젊은이들은 전쟁터로 징집될 것이다. 대게 40대 이하의 젊은이들이다. 정작 전쟁을 결정했던 자들은 가장 안전한 곳에서 전쟁의 승리를 위해 혈안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 전쟁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을 것이다.
  
당국이 책임을 지지 않는 모습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근 10여 년 가까이 우리는 정책 당국자들의 잘못에 대한 사과를 속 시원히 들어 보지 못했다. 4대강·자원외교·세월호 침몰·사드 문제·미르·K스포츠 등 수 많은 국가적 재난과 실책 그리고 편법에서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2015년 11월 14일 물대포를 맞고 사경을 헤매던 농민 백남기 씨가 2016년 9월 25일 사망했다. 누구도 사과하지 않는 나라! 뻔뻔함의 극치이다. 이제 책임 지지 않는 당국자들이 저지를 사태에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직면해 있다. 전쟁은 그렇게 다가올 수도 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인 위치를 차치하더라도, 역사는 일찍이 이곳에서의 전쟁이 세계 전쟁으로 번졌음을 상기시켜주었다. 고구려·백제·신라를 위시한 삼국 통일 전쟁으로 알려진 이 전쟁도 사실은 7세기 내내 수나라와 당나라 그리고 일본까지 적극적으로 가세한 동북아시아 국제 전쟁의 양상이 짙었으며, 16세기 말미에 일어났던 임진왜란도 명나라까지 참전한 국제 전쟁이었다. 흔히 남·북 전쟁으로 알려진6·25 전쟁은 국제 연합[UN]이 주도한 연합군의 참전으로 국제 전쟁이 되어 버렸다. 지금 한반도가 전쟁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면 남·북 의 당국자들은 그 책임에 벗어나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책임 선상에 서 보이지 않을 것이다.
 
“탈쟁전이 되었음에 불구하고 지금 한반도는 유례없는 군비 경쟁의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다. 한반도를 화약고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군비 경쟁의 페달을 멈춰야 한다”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북한의 핵실험뿐만 아니다. 강 대 강으로 치닫는 전쟁 위협이다. ‘통일은 대박’이라고 판타지 같은 말을 쏟아낸 지 불과 2년 만에 드러난 것은 ‘남북한 신뢰프로세스 공약의 폐기처분’이다. “제재는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다. 재제를 통해 북한으로 하여금 대화와 협상으로 나오게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말은 그래서 남북한의 신뢰를 회복하는 필요 조건이다.
 
이제 전쟁은 공멸이다. 특히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남·북의 공멸을 자초할 것이다. 한반도를 평화의 지대로 가꾸어 후세에 물려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성일은 “만 번 죽어도 용서받지 못할 죄”라며, 임진왜란 당시 죽음을 각오하고 초유사로 나가 의병장 곽재우 등을 적극적으로 후원하면서, 호남으로 들어가는 요충지인 진주를 방어하는데 성공하여 전세를 역전시키는 큰공헌을 했고, 병란 중에 덮친 전염병을 구제하기 위해 밤낮으로 애쓰다가 병에 전염되어 전쟁 발발 이듬해에 56세로 생을 마감했다. 그는 일본에 통신사의 부사가 가서 돌아와, 일본의 내침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 장본인이다. 오판에 대한 그의 책임은 이루 말할 수없다. 다만 그가 그 책임을 통감하고 죽기를 각오하고 전쟁터를 누빈 모습은 지금 당국자들이 배워야 한다. 당국자들이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한다면 전쟁은 의외로 쉽게 일어날 수도 있다.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