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공=yes24
형벌이 아니라 제공된 쾌락에 통제당하는 것을 두려워한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무력으로 탄압 될 것을 두려워 한 것이 아니라, 쾌락에 빠져 파멸할 것을 두려워했다. 영국의 SF소설 작가 올더스 헉슬리다.

헉슬리의 대표작 <멋진 신세계>는 아직까지 읽히는 베스트셀러다. 그리고 조지 오웰의 <1984>, 자먀친의 <우리들>과 함께 디스토피아(부정적 미래상)의 3대 작품으로 불린다. <멋진 신세계>란 제목과 다르게 디스토피아 작품인 것에 의구심을 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멋진 신세계>의 제목은 역설이다.

외형적으론 멋져 보일 수 있지만 속으론 곪아가는 미래를 그린 것이 <멋진 신세계>다. 미래인들은 소마(작품 속 마약)를 통해 최고의 쾌락을 즐기며 아무 걱정 없이 살아간다. 사회는 다섯 계급으로 나뉜 계급 사회다. 하지만 하위 계급은 생산(작품 속에서는 임신 행위 없이 인공 생산한다) 과정 중에 고의로 저능아로 태어나게 돼 사회에 아무런 불만이 없다. 그리고 고위 계급도 아무런 갈등을 벌이지 않는다. 표면적으로는 절대적 평화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바라는 모습이 이런 것은 아닐까. 제 5공화국 시절 우민화 정책이었던 3S 정책(screen, sports, sex)은 국민들에게 쾌락과 향유를 제공했다. 그리고 군사정권으로 향해야 할 시선을 영화와 야구로 돌렸다. 우민화. 말 그대로 국민들을 우매하게 만들고자 한 것이다. 쏟아져 나오는 연예계 스캔들 기사와 그것에 가려 희미해지는 정치, 사회 기사를 그런 맥락에서 읽을 수 있지 않을까. 무의미한 소식 속에 유의미한 정보를 묻고 있다. 헉슬리가 두려워한, 쾌락에 통제당하는 사회는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인기 아이돌 그룹의 멤버였던 박유천이 화장실에서 여성과 무엇을 하였는지 사람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드러난 세월호에 과적된 화물, 그 중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쓰일 400톤의 철근에 대한 보도는 상대적으로 적다. 네이버 데이터 랩 검색어 트렌드 조회에서 2016년 6월에서 7월까지 한달간 박유천의 검색지표가 14일 때 세월호의 검색지표는 0이다.
 
무력에 탄압당하는 것 또한 무섭고 치가 떨리는 일이다. 하지만 틀에 갇혀 만족하며 살게 강요받는 것 또한 대단히 무서운 일이다. 젊은이들이 우리나라를 헬조선이라 부르고 있다. 이것이 못마땅했던 어느 경영인은 103만원이면 충분히 한 달을 살 수 있다고 꾸짖었다. 덧붙여 옛날에 비하면 아주 살기 좋은 나라라고 말하고 있다. 103만원으로 살기 좋은 우리나라는 ‘멋진 신세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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