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경기가 장안의 화제다. 일주일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신문과 뉴스 헤드를 장식하며 사람들의 화두에 오르내리고 있다.

평소 바둑에는 문외한이었던 사람들까지 이 경기 하나에 열광하는 이유가 뭘까. 이유는 간단했다. 사람들은 단순한 바둑 경기가 아닌,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길 수 있느냐’에 많은 관심을 쏟았다. 결과는 예상을 뒤엎었다. 알파고의 4승, 이세돌 9단의 1승. 세간에서는 인간이 기계에 무릎을 꿇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시대가 왔다고 생각하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비약일지도 모르지만 알파고가 인공 ‘지능’이라고 불릴 수 있는가도 의문이다. 알파고는 바둑에만 초점을 둔 알고리즘의 집약체다. 프로 바둑 기사들의 경기 패턴을 수집하고 분석한 뒤 통계를 내, 가장 높은 승률의 수를 두는 방식으로 게임을 한다. 이세돌 9단은 프로 기사 몇 십 명의 훈수를 받는 슈퍼컴퓨터와, 그들의 행동 패턴도 모른 채로 경기를 한 것과 마찬가지다. 알파고가 4국에서 진 이유는, 아마 신의 한 수로 불리는 이세돌 9단의 수가 프로그램에 입력이 되지 않은 경우의 수였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인간이 기계에게 졌던 일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기계는 인간보다 빨리 계산도 할 수 있고, 빨래도 더 깨끗하게 할 수 있으며, 글씨도 더 잘 쓴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기계는 새로운 수식을 발견해 낼 수 없으며, 빨랫감 사이에 섞여든 지폐를 꺼내 줄 수 없고, 글을 써 주지도 않는다. 백 년 뒤쯤이라면 모를까. 아직 기계가 인간을 이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그러니 걱정은 말자. 살아생전에 터미네이터나 매트릭스처럼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시대는 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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