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학사졸업 당시 법학전문대학원(법전원) 진학을 예정한 상태였기에 아들의 졸업식을 즐기시는 어머니와 외할머니를 보며 효도 한 번 했다는 뿌듯함 외에 미래에 대한 걱정, 근심 따위는 없었다. 그러나 올해 석사졸업의 경우 사회진출을 앞두고 있기에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수많은 고민들 중 ‘다시 법전원 1년차로 돌아간다면 얼마나 더 잘할 수 있을까’라는 덧없는 상상을 가장 자주 한다. 학점을 좀 더 잘 받았다면, 아침 일찍 일어나 토익 공부를 했다면…. 하루 빨리 돈을 벌고 싶다고 울부짖었던 철없는 필자가 이제야 졸업의 무게감을 느끼게 된 듯하다.
 
졸업의 무게감
우리 대학 후배들 역시 학점은 기본이고, 공모전 경력 및 토익 등 자기소개서에 쓸 내용을 한 줄이라도 늘이고자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물 흐르듯이 흘러가는 학교생활과 취업시장에서 요구되는 기초스펙을 갖추기 위해 바삐 움직이다보면 한 학기, 1년이 지나가고, 그렇게 졸업을 맞이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기초스펙은 막상 갖추어도 허전하고 부족해 보이기 마련이다. 또한 서류에서만 빛을 발할 뿐 면접 및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필자는 법전원 재학 당시 ‘자기소개서 경력사항’에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활동을 하였다. 다른 동기들은 각종 대회에 참가하고 있을 때, 청소노동자 어머니, 아버지들의 근로조건 실태파악 및 권익 보호, 세월호 희생자 및 유가족 법적 구제, 국제인권분야 중 외국인노동자 구제방안 등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고 토론하였고, 몇몇 주제에 관하여 글도 썼다. 변호사시험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으나, 자기정체성을 찾고 내면의 깊이를 더하는 소중한 과정이었다. 무엇보다 결과적으로 취업에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사회와 시대를 공유하는 것
자신의 인생을 고민하지 않고 그저 전공 또는 토익 공부만 하는 후배들은 없을 것이다.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도 오늘날 대한민국이 처한 사회가 전제되어 있다. 그리하여 필자는 청년세대가 진출할 ‘사회와 시대를 공유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아직은 성숙하지 못한 생각과 설익은 정의 그리고 다양한 가치판단이 충돌할 때, 나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지 짧은 시간이나마 고민하게 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스펙, 그 이상의 스펙’을 제안하고자 한다. 다들 갖추는 학점·토익·활동경력 뿐만 아니라, 진정으로 나를 보여줄 수 있는 무기를 가지자는 것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한 장 읽기도 벅찬 철학서를 탐독하거나, 몇 세기 전의 고전문학을 읽자는 의미가 아니다. 내 주위에 일어나고 있는 유의미한 변화, 사회의 흐름을 읽고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가 무엇인지를 깊게 고민해보고자 함이다. 그 과정에서 어떤 소양을 갖춰야 하는지 스스로 찾게 되고, 나아가 어떤 인생을 그려야 할지 길이 보일 것이라 믿는다.

당장 어떤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조급해하지 않길 바란다. 가슴 속 항아리를 채우기엔 너무나 적은 물이지만, 그것이 쌓여서 항아리를 가득 채울 때 몰라보게 성장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그 이상의 스펙’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후배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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