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포, N포 세대에 이어 최근 금수저, 흙수저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한 개인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가 자신의 노력이 아닌 부모에 의해 결정된다는 이야기다. 무서운 것은 이 인식이 젊은이 사이에서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으며, 노력해도 되지 않을 것이라는 열패감의 확산이다. 졸업생들이 고민하는 진로의 주요 화두는 안정성이다. 사회 한쪽에서는 명품이 어떻고 하는데 그 박봉의 월급이더라도 공무원의 안정성을 찾는 이 세태는 남이 부럽기는 해도 아예 포기한다는 말고 다를 바 없다.

5-60년대 출신의 부모세대는 대개 자신들의 힘으로 현재의 지위를 획득했다. 그 세대의 특별한 노력도 없지는 않겠지만, 세계의 경제적 여건과 적절하게 대응한 시대의 결과다. 일정 수준의 경제적 수준에 도달하게 되고 난 후 탄력성이 줄어들고 소위 사회적, 경제적 안정을 이루게 되면서 과거와 같은 성장은 어렵게 되었다. 파이의 크기가 한정되면서 생기는 문제는 더 커질게 없다고 판단한 파이에 대해 자신의 것을 지키려는 노력과 함께, 자식에게 물려주려는 본능과 같은 행동의 결과이다.

자본주의의 놀라운 점은 개인의 이기심을 극대화하여 자신의 발전을 넘어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그 크기를 키우는 쪽으로 움직이는 탐욕이 자본의 기본 속성이라는 점이다. 정의, 평등 따위는 자본과는 상극의 단어다. 역사를 통해 이러한 자본의 과도한 축적이 사회 전체의 경제적 총량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불평등을 야기하고 결과적으로 전쟁이나 혁명을 통해 해소되는 사례를 볼 수 있다.

그래서 경제적 민주화가 중요하다. 이 민주화의 근본은 그 결과가 다소 불평등하더라도 기회를 공평하게 하는 것이다. 그 결과가 비록 마음에 안 들더라도 그게 부모나 사회의 탓으로 돌릴 수준이 아니어야 한다. 동기부여로서 불평등은 개인의 노력을 자극하는 중요한 요소이고 각자의 재능과 노력에 의해 차이나는 결과는 사회 발전의 중요한 동력이다. 이 동력의 상실은 곧 이 사회에 미래가 없다는 말과 같다. 이러한 내용은 현재 대통령의 공약에 있었던 말이다. 균등한 기회를 보장하고, 공정한 규칙과 실력으로 경쟁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적절한 방향의 제시가 정치권에서 시도되었다면, 이런 무력감에 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금, 흙수저에 이어 금, 흙자식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세대 간의 경쟁이며, 불화의 소산이다. 인생의 목표는 결코 돈이 아니고 자기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이걸 통해 자신을 실현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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