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신인류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
정보기술은 빠르게 발전했고, 반드시 고정된 장소가 아니더라도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 인해 ‘디지털 노마드’라는 신인류가 등장했다. ‘디지털 노마드’는 시간적, 공간적 제약으로부터 자유롭게 일하며 살아가는 사람을 일컫는다. 국경 없는 네트워크 환경으로 인해 디지털 노마드는 이미 새로운 업무 방식으로 인정받았고, 몇몇 회사(WordPress의 개발사 AUTOMATTIC 등)는 원격근무를 허용하면서도 경쟁사에 뒤쳐지지 않는 성과를 내며 이와 같은 일이 불가능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유목민들의 집결지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
서로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각종 사무용품 등 비용을 나눠쓰는 공간인 ‘코워킹 스페이스’는 디지털 노마드들이 모이는 장소다. 세계적으로 코워킹 스페이스는 빠르게 늘어가는 추세고, 이에 힘입어 ‘해커 파라다이스’, ‘리모트 이어’ 등 그룹 서비스도 여러 형태로 생겨났다. 이러한 서비스를 통해 만들어진 그룹은 전세계의 코워킹 스페이스를 방문하며, 여행과 일을 병행한다. 특히 디지털 노마드들의 성지라 부르는 발리의 후붓(HUBUD)에서는 컨퍼런스 등 각종 이벤트들이 개최되고 있다.

도전에 필요한 것은 용기?
세계 각지를 여행하면서 일을 한다는 디지털 노마드. 하지만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디지털 노마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그저 디지털 노마드의 자유로운 삶을 부각하면서 이러한 삶은 용기에 기반한 선택의 문제라고 입을 모을 뿐이다. 하지만 우리가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선택하지 못하는 것은 결코 용기의 문제가 아니다.

디지털 노마드 일행에 합류하는 데는 많은 제약 조건이 따른다. 먼저, 일의 전문성에 관한 문제다. 따지고 보면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직종은 많지 않다. 설령 그러한 직종의 종사자라 할지라도 그 분야의 스페셜리스트가 아니라면 디지털 노마드로의 전환은 쉽지 않다. 실제로 국내에서 전환에 성공한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들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작가들이 화려한 글솜씨로 자신들의 삶을 아름답게 포장할 뿐이다.

가장 큰 문제는 가정이다. 한 가정의 가장이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택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가정을 이루기 전의 사회 초년생의 경우, 아직 전문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힘겹게 얻어낸 일자리를 마다할 만큼의 간절함은 없을 것이다.

‘디지털 노마드’라는 단어는 자크 아탈리의 저서인 <21세기 사전>에서 처음 등장했다. 꽤 오래전에 등장한 후, 가라앉아 있던 이 단어는 최근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흔치 않은 이러한 현상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디지털 노마드의 삶이 동경의 대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미래에는 매일 같은 시각, 같은 장소로 출근하는 우리의 모습이 필수가 아닌 선택의 문제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취업에 열을 올리고, 정규직 전환에 목숨거는 이 곳, 지금의 대한민국에서는 시기상조다. ‘디지털 노마드’는 각박한 현실 속의 우리에게 짙은 패배의식만을 안겨주는 ‘남의 단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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