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남자는 한번 아니면 절대 아니라는 것을 잘 알지만 진실한 그 사람의 모습에 반해서
열 번 이라도 찍어보자 하는 맘으로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내리 짝사랑했습니다.

근데 막상 한번 거절당하니 용기가 안 나더군요. 다시 한 번 말 걸어볼 용기를 내는 대만 2년이 걸렸습니다. 운 좋게도 그 애가 곧 있으면 제대한다는 소리를 들어서 덤덤하게 페메를 보냈는데 조금하다가 끊겼네요.ㅠㅠ 이제 진짜 그만하려구요... 친구들한테 말하기 부끄러워서 비겁하게 혼자 결심하고 혼자 주절주절 합니다. 아ㅠㅠ 전 왜 이렇게 바보 같을까요ㅠㅠ

A : 안녕하세요, 사연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익명 사연이니 오늘도 제 마음대로 이름을 지어 부르겠습니다. 아이유양, 일단 전혀 1도 바보 같지 않고요.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전한 아이유 양의 용기를 우선 칭찬해드리고 싶어요. 그거 정말 쉬운 일 아니거든요. 그리고 2년이나 지난 후지만, ‘덤덤하게’ 페메 보내본 것도 잘했습니다. 살짝 구질구질한 감이 있지마는 그래도 마음이 가는데 뭐라도 해야죠, 어쩌겠어요. 그것까지는 네, 칭찬! 잘 했어요! 하지만 칭찬과 응원은 여기까지.

다음으로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이제 정말 그만하시라는 명령형의 이야기입니다. 열 받지만 모든 사랑이 해피엔딩일 수만은 없죠. 마음을 주고 표현하는 것뿐 아니라, 그 마음을 정리해야 할 때, 기꺼이 그 잔해와 상처를 끌어안는 것까지도 사랑의 한 과정임을 기억하셨으면 좋겠어요. 사랑에는 예쁘고 빛나는 순간도 있지만, 처절하고 음울한 순간도 분명 존재하거든요. 그 사람을 생각하며 설레고 행복했던 시간이 지나고, 이제는 아프게 지워내야 하는 시간이 온 것뿐입니다. 더욱이 아이유 양이 진짜 그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한다면 그 사람이 원하는 것, 바라는 것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하겠지요. 그리고 슬프지만 때로는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이 바로 내가 마음을 접는 것이 되기도 합니다. 아이유 양의 이번 사연이 아마도 그런 경우일 것 같네요.

지금 아이유 양의 마음이 아프고 미련이 남는 건 당연한 겁니다. 친구들에게 굳이 말할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비겁하고 바보 같은 일은 아니에요. 지금의 이 시간들은 언젠가의 어느 날, ‘내가 그 사람을 참 열심히 좋아했었지.’ 하는 아련하고 예쁜 기억으로 만들어지리라 생각합니다. 혹은 ‘염병! 내가 그런 XX를 도대체 왜 좋아했지!“ 하는 흑역사가 될 수도 있고요. 어느 쪽이든 열심히 사랑했고 용기를 낸 아이유 양은 멋져요. 어서 빨리 아이유양이 꼭 더 좋은 사람과 더 예쁜 사랑을 다시 시작하실 수 있길 저도 응원하겠습니다. 파이팅! 

▲ 차이고 욱하는 마음에 독립출판물 <9여친 1집>과 <9여친 2집>을 펴냈다. 빅이슈, 한겨례21, 대학내일모바일에 연애 칼럼을 연재했고, 연재 중이다. 이 시대의 사랑사랑사랑꾼. 페이스북 facebook.com/yeombeong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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