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에 대가를 받기 위해선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연히 시작한 일이 특별한 대가로 돌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부분에 상영작으로 뽑힌 ‘지상의 낙원’ 또한 우연한 계기로 만들어진 영화다. 이 영화의 감독 김화랑 씨(의예·13)를 만났다.

김 씨의 영화 ‘지상의 낙원’은 주인공 종하의 출생에서 죽음, 즉 10여분동안 인생을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내용이다. 그는 “지난 겨울방학 때 앙드레지드의 소설 ‘지상의 양식’을 읽고 시나리오를 작성했다”며 “인생에 관한 내용을 담은 소설에서 영감을 받았고 제목도 오마주했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해서 시나리오를 토대로 촬영을 할 계획은 없었다. 김 씨가 촬영까지 결심하게 된 이유는 바로 우연히 본 전주국제영화제 포스터다. 그는 “출품 마감 날짜는 1월 30일이었다“며 ”1달 내내 영화작업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결과가 나오기 전날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간단히 영화 정보를 묻는 연락이 왔다”며 “혹시나 하고 다음날 홈페이지를 확인해보니 내 영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주위 사람들도 한마디 씩 덕담을 했다. 평소 “영화는 취미로만 감상해라”고 말했던 부모님도 이번만은 기분 좋게 축하해 주셨다. 김 씨는 “영화를 어디서 배운 적이 없어 1달 내내 촬영, 편집 모두 애를 먹었다”며 “많이 부족하지만 영화 관계자분들이 뽑아주셨다는 생각에 뿌듯하다”고 말했다. 총 606편중에 단 20편만이 출품 당선작으로 꼽혔다.

의대생과 영화, 좀 생소한 관계인 거 같다고 묻자 김 씨는 오히려 전공 수업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는 “촬영할 때 의학을 전공한 나만이 만들 수 있는 장면이 분명 있을 것이다”며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촬영이 즐겁지 많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촬영 장소였다. 내용 전개상 은행에서 촬영이 필요한데 장소섭외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씨가 생각해낸 차선책은 우리 대학 1학생회관. 그는 “직접 1학생회관 광주은행에 찾아가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허락을 받아냈다”며 “다행히도 촬영을 허락해 줬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김 씨는 자신의 할아버지에게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영화 배경의 대부분이 그의 할아버지 댁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 할아버지가 해주신 굴비찜을 먹은 적이 있다”며 “마당에 나아보니 할아버지가 굴비내장을 손질한 흔적을 보고 마음이 왠지 짠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계획을 묻자 로맨스 영화를 계획 중에 있다고 답했다. 김 씨는 “이번 영화에서 나를 설명할 수 있는 이력을 얻었다”며 “다음 영화는 전문적으로 영화를 같이 할 사람도 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영화 지상의 원천은 오는 5월 1일과 4일에 메가박스 전주객사점에서 상영하고 오는 16일부터 홈페이지서 예매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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