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일. 어린이집 CCTV 설치를 의무화한 영유아보육법개정안이 부결되었습니다.

이에 많은 학부모들이 반발했습니다. 언론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 어린이집의 실체를 알고 있기 때문이죠. 당황한 국회는 4월 임시국회에서 이 법안을 최우선적으로 표결한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기본적인 유아 교육도 제대로 하지 못한 꼴입니다.

어린아이들의 사회적 공간이라 할 수 있는 유치원은 다른 동물들에게서도 심심치 않게 관찰됩니다.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예로 황제펭귄을 들 수 있겠네요. <남극의 눈물>을 통해 대중에게 소개된 황제펭귄. 그들은 얼어붙은 남극에서 살기 위해 독특한 생존 전략을 발전시켰습니다.

바로 새끼 유아원(Creche) 전략입니다. 겨울에 산란하는 황제펭귄은 새끼가 커가면서 부모 모두가 먹이를 구하러 나서게 됩니다. 이 때 새끼 펭귄들은 무리를 형성해 사회적 공간인 유아원을 만듭니다. 이 때, 먹이를 구하러가지 않은 다른 보모들이 새끼 무리를 보살펴주며 인간사회의 유치원과 비슷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황제펭귄은 어떻게 이러한 생존전략을 발전시킬 수 있었을까요? 이는 호혜성 이타주의(reciprocal altruism) 이론에 기초합니다. 호혜성 이타주의란 1971년 로버트 트리버즈 교수가 명명한 이론으로, 지금 이 순간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게 아니라 미래의 보답을 기대하며 남에게 도움을 주는 행위로 인해 인간을 비롯한 많은 동물들의 사회성이 진화했다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이론은 윌킨슨의 흡혈박쥐 연구를 통해 증명됐습니다. 흡혈박쥐는 오늘 피를 마시지 못한 짝꿍에게 자신이 마신 피를 나누어주며 자신이 피를 못 마셨을 때 짝꿍에게 피를 얻어먹습니다. 이는 친족관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상호의존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이를 황제펭귄에 적용한다면 어떨까요? 황제펭귄 보모들은 유아원에서 자신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새끼들을 돌봐줍니다. 영하 50도의 눈보라 속에서 새끼들은 본능적으로 허들링(서로 안쪽으로 모여 바람을 피하는 행위)을 합니다. 이때 보모 펭귄들은 그 주위를 둘러싸 새끼들에게 바람이 가지 않도록 막아주며 남극의 강추위를 함께 이겨냅니다.

그리고 먹이터에서 돌아온 다른 부모들이 유아원에 도착하면 보모였던 펭귄 어미도 자신의 새끼를 맡겨두고 먹이터로 떠납니다. 비록 서로 피를 나눈 친족은 아니지만 육아의 고통을 분담하여 돕고 도우며 새끼를 키워내는 것이죠. 말을 못하는 동물들도 그렇게 자식들을 키워냅니다.

최근 자격미달의 몇몇 어린이집 교사들 때문에 온 나라가 홍역을 치렀습니다. 어린 아이들을 폭행하고 학대하는 그들의 모습이 TV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을 때, 전 국민은 분노했습니다. 이타주의에는 기본적으로 서로간의 믿음이 필요합니다. 말 못하는 동물들도 믿음을 통해 남의 자식을 제 자식처럼 돌봐가며 추운 겨울동안 새끼를 키워냅니다. 이러한 사건을 CCTV 설치 의무화를 통해 해결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니 동물들에게 적잖이 부끄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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