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계약서? 그게 뭐야?”

숨이 턱 막혔다. 왜냐하면 이 말을 한 사람이 나를 고용한 사장님이었기 때문이었다. 과연 여기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근로계약서란 무엇인지 설명하고 받아 낼 수 있을까. 적당히 핑계를 대서 어렵게 근로계약서를 받아내는데 성공했다고 해도 여전히 문제가 있다.

최저임금은? 야간수당은? 주휴수당은? 도저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들이다. 유급휴가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 휴가는 곧 일을 그만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근로계약서를 받았으니 나중에 그만두고 신고라도 해야 하나? 그냥 참고 마는 게 보통이다.

법이 명백히 내 편이어도 갑에게 대항한다는 건 피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정신적 부담을 겪을 바에야 좀 손해 보는 게 훨씬 낫다. 임금을 아예 못 받은 건 아니니까. 이렇게 참다보면 어느새 나부터 노동법이 꺼려진다. 지난 세월 참아온 내가 죄라도 지은 것 마냥 법을 따지고 싶지 않다. 법은 멀고 사장님은 가깝다.

알바에겐 사장님보다 가까운, 적어도 비슷한 위치에 있는 듬직한 누군가가 필요하다. 그게 누굴까? 부모님인가? 형인가? 바로 여기서 한국의 알바들에겐 생소한 ‘노동조합’이 등장한다. 노동조합은 나에게 과도한 일을 시키거나 법이 정한 기준보다 적은 임금을 주면 붉은 띠를 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올 테니 갑이 나를 함부로 하지 못하게 하는, 우리 노동자들이 가진 유일한 무기다.

또한 이런 노동현장에서의 싸움과 함께 정부에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한 정책시행을 요구하는 일도 한다. 각각의 노동자 한명은 할 수 없는 일들이지만 노동자들이 모여 노동조합을 만들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어 싸우고 권리를 지켜왔다.

2015년 현재 이전에는 없던, 있어도 소수였던 알바라는 형태의 노동이 많아졌다. 수능이 끝나면 알바를 한다. 대학을 다녀도 알바를 하고 대학을 다니지 않아도 알바를 한다. 취업문은 좁아지고 알바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런데 알바의 상태는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듯 너무나 힘겹다.

법으로 정한 최소한의 임금을 받아도 빠듯한데 그마저도 주질 않고 하기로 한 일뿐만 아니라 시키면 뭐든 다 해야 한다. 그래서 알바 노동자들은 알바를 위한 노동조합을 만들고 싸움을 시작했다. 해결될 가망이 보이지 않는 알바들의 노예적 상황을 타개할 유일한 희망으로써 알바노조는 출발했다.

광주라고 해서, 전남대라고 해서 상황이 다를 리 없다. 이곳에도 알바노조가 필요하다. 그래서 지난 3월 13일 전남대의 알바노조 조합원들은 전남대 분회를 만들었다. 더 이상 죄지은 것 마냥 알바하지 않기 위해 사장님보다 멀지않은 곳에 노조를 만들었다.

전남대 학생이 아니더라도 근처에서 알바 하는 누구나 함께할 수 있다. 알바를 하다가 부당한 일을 당했다면 가장 먼저 알바노조가 운영하는 알바상담소 1800-7525로 전화를 걸어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기본적인 법률 지식부터 구제절차까지 등 축적된 많은 사례를 바탕으로 연구된 유용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전남대 분회와 함께 적극적인 대응을 모색할 수 있다. 알바노조는 전남대 안의 분회원 뿐만 아니라 전국에 조합원들이 있다. 부당한 일을 당하면 연대해줄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지금 당장 싸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알바노동자의 보편적 권리 신장을 위해서 함께 할 수도 있다.

알바노조 전남대 분회는 실태조사를 통해 하나씩 하나씩 알바들의 가장 시급한 문제를 파악하고 이것들을 바꾸어 나갈 것이다. 학우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4월 3일 학내에서 청년노동을 주제로 강연회를 가질 예정이고 노동법 교육도 실시할 계획이다.

강연회 외에 알바노조 전남대 분회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서도 만날 수 있다. 알바노조가 궁금한 사람, 알바노조와 함께 하고 싶은 사람, 알바노조를 응원하고 싶은 사람 모두 환영한다. 전남대 학우들이 알바 하는 곳, 점심을 먹는 곳들에서 죄지은 듯 침묵하는 알바들이 없어질 때까지 알바노조는 알바 노동자들 곁으로, 사장님보다 더 가까이 찾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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