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관리뿐 아니라 청소, 순찰, 재설작업까지 8시간 2교대 노동
“냉대와 무시는 스트레스지만 일할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

 

찌는 더위에도 얼어붙는 추위에도 항상 우리 대학을 지키는 분이 있습니다. 바로 자동차 사이에서 우직하게 호루라기를 부는 주차관리원입니다. 캠퍼스를 거닐다보면 한번쯤 마주쳤던 모습이겠죠. 사람들은 그들의 진짜 이야기를 모른 채 지나갑니다. <전대신문>에서 지난달 11일 그 평범하고도 특별한 하루를 동행했습니다. ‘하루’의 두 번째 손님은 우리 대학의 새벽을 깨우는 주차관리원 박종수 씨(56)입니다.

조현아는 당신일 수도

“당신이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불법주정차 단속을 하는 박 씨는 차주에게 싫은 소리를 듣기 일쑤다. 관현로에 ‘주정차 금지구역’이라 빤히 표시를 해놨지만 무시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이날도 어김없었다.

교통정리를 하던 중 박 씨는 호루라기를 불며 불법 정차한 차주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선생님 차 좀 빼주시면 안되겠습니까?”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냉대 섞인 무시다. 그가 약 5분간 창문 밖에서 확인을 요청했지만 차 안은 묵묵부답. ‘아무도 없구나’라고 생각한 순간, 아! 속았다. 차주는 자동차 안에서 모른 체 있다가 일행이 오자 말없이 자리를 떠났다.

실랑이가 끝나고 터덜터덜 다시 교통정리를 시작하는 박 씨에게 “이런 경우가 많냐”고 묻자 “더 심한 경우도 많다”는 답이 돌아왔다. 특히 불법주정차 단속을 할 때 차주와의 마찰은 일상이 됐다. 한번은 불법정차 단속을 하자 차주가 그에게 입에 담지도 못할 욕과 함께 소리를 지른 적도 있었다. 그는“지금도 그때를 잊지 못한다”며 “화도 나고 회의감도 들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경비·관리 업무에 종사 중인 전국 55세 이상의 남녀들을 대상으로 한 ‘2013년 감시단속직 노인 근로자의 인권상황 실태조사’에서도 ‘정신적·언어적 폭력여부’를 묻는 질문에 32.5%가 ‘있다’고 답했다. 폭력의 가해자는 ‘고객’이 80.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주차관리원에게는 ‘불특정다수’가 폭력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

박 씨의 움직임을 더 따라가 보자. 주차관리원은 8시간 근무에 2교대로 진행된다. 이날 그는 1교대 근무여서 오전 7시에 출근했다.

박 씨의 발길이 제일 먼저 닿는 곳은 정문의 상황실이다. 그의 자리가 있기 때문이다. 상황실이 온전히 주차관리원들의 공간은 아니다. 3년 전부터 경비용역업체와 함께 사용하고 있다. 거의 밖에서 근무를 서기 때문일까. 상황실에서 6명의 주차관리원들의 자리는 구석진 곳 단 하나다. 그는 밖으로 나가 승용차 요일제 표지판의 날짜를 변경하며 하루의 시작을 알린다.

주차관리만 한다고?

박 씨가 해야 할 일은 주정차단속뿐만 아니다. 이름은 주차관리원이었으나 청소, 미화, 순찰, 재설작업까지 학교의 궂은일을 도맡아 한다. 특히 아침에는 환경미화원으로 변신한다. 그는 “학교가 깨끗해야 직원이나 학생들이 기분이 좋지 않겠느냐”며 서둘러 빗자루를 챙겼다.

이야기를 나누는 젊은 경비용역업체 직원들을 뒤로 하고 그는 큰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나와 정문 거리를 쓸기 시작했다. 기자도 박 씨를 따라 청소를 시작했다.

자잘한 담배꽁초를 시작으로 영수증 꾸러미와 과자 봉지까지. ‘정문 주변 쓰레기가 얼마나 하겠어’라고 생각했지만 어느새 외곽 쓰레받기가 가득 찼다. 쓰레받기를 본 그는 “덕분에 정문 주변 정리는 빨리 끝낼 수 있겠다”며 “관현로 곳곳에 낙엽과 쓰레기를 모아두었으니 담아달라”고 했다. 허리가 아픈 건 둘째였고 차가운 날씨에 손끝이 시렸다. 한 시간 정도 청소를 하고나니 입고 있던 흰 패딩과 손도 점점 지저분해졌다.

박 씨는 “낙엽이 떨어질 일도 없고 폭설도 없는 지금은 청소하기 편할 때다”며 “캠퍼스를 가득 메운 낙엽이 낭만의 상징이라지만 우리는 꼭 그렇지 만도 않다”고 말했다. 가을에는 낙엽이 많게는 큰 봉투로 14봉지까지 나온다고 하니 중노동이나 다름없다. 폭설이라도 내리면 갑갑한 노릇이다. 눈을 쓸고 거리가 얼어붙지 않게 염화칼슘을 뿌려 제설작업을 하다보면 추위로 마음 속 깊은 곳까지 얼어붙는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어 감사해”

잠깐의 휴식이 끝나고 박 씨는 주된 업무인 교통관리를 시작했다. 정문은 출근시간인 8시에서 9시가 되면 전쟁통이 된다. 그는 승용차부터 시작해 교내 공사를 하기 위해 드나드는 큰 화물차까지 아슬아슬해 보이는 도로 사이에서 호루라기를 불었다. 꽤 위험해 보였다.

전쟁 같은 출근 시간이 끝나면 교내순찰 준비를 한다. 박 씨는 오토바이를 타고 시동을 걸었다. 기자도 얼른 뒷좌석에 올라탔다. 사회대부터 컨벤션홀까지 하루에도 2번씩 교내순찰이 진행된다. 그사이 그는 불법 전단지나 위험한 장애물은 없는지 꼼꼼히 살폈다.

순찰 중 경영대와 농대 사이 외진 길이 박 씨의 눈에 띄었다. 그는 “학생들이 많이 오가는 길인데 가로등이 없어 밤에는 아주 깜깜해 야광테이프로 울타리에 표시를 해놔야겠다”며 “마침 오셨으니 같이하자”고 말했다. 기자가 야광테이프를 잘라 주면 그는 울타리의 일정한 간격마다 테이프를 붙였다. 작업을 마치고 나니 학교 문제를 해결에 도움을 줬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교내순찰을 끝내고 도착한 곳은 컨벤션홀 1층 구석의 비밀 공간. 차가운 쇠문을 열자 3평 남짓한 공간이 나왔다. 바로 주차관리원들의 휴식공간이다. 말이 휴식공간이지 절반은 기계장치들이 차지하고 있어 쉴 만한 공간은 1~2평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심지어 기계에서는 “윙윙”울리는 소리가 나 계속 신경이 쓰였다. 이렇다 보니 휴게실은 잠시 몸을 녹이는 공간에 불과하다.

‘2013년 감시단속직 노인 근로자의 인권상황 실태조사’에서 ‘근로시설 중 휴게실 만족도 현황’을 살펴보면 10점에 3.20점으로 낮은 치수였다. ‘냉난방 시설 만족도’는 그보다 더 낮은 2.86점 이었다. 박 씨는 “시설과에서 편의를 봐줘 곧 휴게실을 용봉관으로 옮기게 된다”며 “지금보다는 더 나아지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휴게실에서 몸을 녹인 박 씨는 30여분동안 본부와 회의를 가진다. 학교 행사가 있을 경우 주차관리원들이 교통관리 지원을 해줘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고가 이루어진다. 

이날 별다른 행사가 없어 그는 또다시 오토바이와 함께 순찰을 하고 정문과 본부 앞을 지키고 교통정리를 반복한다. 불법 주정차 단속으로 차주 간의 실랑이 역시 계속된다. 오전 7시에 출근해 오후 4시에 퇴근할 때까지,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지칠 법도 하지만 그는 “눈을 뜨고 나서 내가 갈 곳이 있다는 사실이 오늘 하루를 살게 하는 것 같다”며 감사해 했다.

학교 순찰과 함께 박 씨와의 동행은 끝이 났다. 그는 “고생했다, 얼른 가보라”며 웃음을 보였다.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던 모습을 하루 동안 가까이서 보았다. 자세히 보니 그들의 일상도 소중한 것이었다. 만약 그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큰 불편을 겪었을지 모른다.

최근 서울 압구정동 아파트에서 분신자살을 시도한 경비원의 동료의 말이 떠올랐다. “주민 6,430명이 다 사장이다.” 감시 단속직에 대한 고충이 여실히 드러나는 한마디다. 우리는 아마 ‘갑질논란’에 분노를 느꼈을 테지만 당신 역시 거리의 분쟁에서 갑이 되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생각해보자. 오늘도 거리 위의 후루라기 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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