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TV 예능프로에서는 복불복(福不福)이라는 게임방식이 자주 나온다. 복불복의 뜻은 말 그대로 복은그대로 복이라는 것이고, 불복은 복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내기를 해서 이기면 복이고 지면 복이 아니라는 것으로 일종의 운수 보기를 의미한다.
 
그런데 복불복이라는 게임방식은 사회적으로 보면 두 가지 의미를 갖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중 하나는 나만 아니면 된다는 사고방식이다. 실제 예능프로그램에서도 MC들이 “나만 아니면 돼”라고 외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즉 복불복 게임은 우리 사회가 이미 상당할 정도로 개인주의가 만연되어 있으며, 자신에게 어려움이 없으면 타인의 어려움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하나는 복불복 게임이 어느 정도 게임의 공정성 내지 절차의 정당성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주어진 게임에서 진 사람은 그 결과에 승복하고, 그에 해당하는 벌칙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이는 절차가 공정하다면, 비록 그 결과가 자신에게 불리하더라도, 사람들이 그 결과를 받아들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대학가의 이슈들은 대체로 정부의 정책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이 주장하는 ‘기성회비 반환’이나 정부에서 강행하려고 하는 ‘공무원들의 연금 축소’ 등이 그것이다. ‘기성회비 반환’ 주장은 잘못 이해하면, 학교가 그동안 불법적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은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또 ‘공무원들의 연금 축소’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마치 공무원들이 부당하게 연금을 많이 받는 것처럼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런 이슈들과 복불복 게임이 갖는 사회적 의미를 연결시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우선 학생들은 물론이고 대다수의 교직원들은 두 가지 이슈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교직원들 역시 자식을 키우는 부모이기 때문에 기성회비에 관심이 많다. 연금에 대한 관심은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은 이들 문제에 관한 한 자리 잡을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절차의 공정성 문제는 어떨까? 이들 이슈의 제기방식이 절차적으로 정당하다면, 국민들은 물론이고, 교직원들이나 학생들 역시 그 결과를 받아들일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들 이슈들은 정당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있다. 기성회비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주로 어떻게 사용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말이 없다. 그리고 그것이 없을 경우 교육당국에서는 어떤 식으로 그것을 대체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별 언급이 없다.

연금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정부는 연금과 관련된 재정 사정이 악화되었기 때문에 그것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어째서 그것이 악화되었는지, 그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다른 대안은 없는지 등에 대해서는 접근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럴 경우 복불복이 가능하겠는가? 절차의 공정성과 정당성이 없는데,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복불복이 사회적 기준이 되는 사회가 반드시 좋은 사회는 아니다. 그렇지만 최소한 그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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