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여행을 하다 보면, 시차 적응을 못해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행했을 때 일이다. 지금의 세계시는 그리니치 천문대를 기준으로 한다. 이것은 세계가 그렇게 하자고 약속한 것이다. ‘時差’란 그리니치 평균시와 특정 지역의 표준시의 차이 또는 지역 사이의 표준시의 차이를 말한다. 기준이 되는 지역보다 동쪽의 지역은 시각이 더 빨라 시차는 +가 된다. 한국표준시는 그리니치를 기준으로 한 세계시보다 9시간 빠르므로 시차는 +9시가 된다.?또, 미국 동부표준시는 세계시에 대해 시차가 -5시이다.?따라서 한국표준시와 미국 동부표준시의 시차는 -14시가?된다.?한국이 오후 6시(18시)일 때, 미국 동부 지역은 그날 새벽 4시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우리는 시간상 미국보다 14시간 먼저 생활한다. 우스갯소리로 우리는 미국보다 14시간 앞선 민족이다. 예를 들어 2014년 11월 10일 오후 2시(14시)가 되는 순간 미국은 2014년 11월 10일 새벽이 시작된다. 지구는 둥글다. 360도의 공 모양인 지구가 자전을 하면서 24시간을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15도×24시간 = 360도’가 되어 15도의 갭은 1시간의 차이를 만든다. 우리와 미국은 무려 210도 벌어져 있다. 그렇다고 불편한가?

이렇게 장항하게 설명하는 이유가 있다. 우리는 대체로 경도 차이로 인해 중국과 1시간 정도의 차이를 두고 생활한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에서 중국과 1시간 정도의 차이가 난다고 썩 불편해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가 오후 3시일 때 중국은 오후 2시가 된다. 그래서 중국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1시간의 시계 시침을 조정해야 하는 일이 발생한다. 이것은 우리가 중국을 여행할 때만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런데 우리와 일본은 시차가 없다. 분명히 경도가 다른데도 말이다. 천문학을 공부한 사람은 제 빨리 눈치를 챘을 것이다.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은 우리와 일본의 시차가 없음을 대수롭게 않게 생각하거나 모르고 있다. 별 불편을 못 느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우리와 일본의 경도는 7.5도 가량 차이가 난다. 이를 시간으로 따지면 30분 정도의 차이가 발생한다. 물론 일본은 우리보다 동쪽에 있기 때문에 우리와 비교하여 30분 정도가 빠르다. 그렇다면 일본의 점심시간인 정오(12시)에 우리는 실제 오전 11시 30분이 되어야 맞다. 그렇지만 우리는 일본이 점심을 먹는 그 시각인 12시에 우리도 12시로 알고 밥을 먹기로 일본과 약속한 셈이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가 약속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 그렇게 만들어 놓았다. 

우리의 시간을 잃었다고 자존심 상할 수도 있다. 그래서 혼자만 시간을 30분을 돌려놓고 생활할 수도 있겠다. 그리된다면 개인적으로 무지 불편할 것은 뻔하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한꺼번에 시간을 30분정도 뒤로 돌려놓으면 별 문제는 없을 것이다. 장담하건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 이쯤해서 우리가 일본의 시간을 따르게 되었던 때가 언제부터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우습게도 박정희 정권이 들어서부터이다. 우리가 일본의 시간을 따랐던 적이 있다. 바로 일제 강점기였다. 해방이 되자 잠시 우리는 우리의 경도를 찾은 적도 있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박정희 정권은 다시 일제 강점기 시간대로 돌려놓아버렸다. 이유는 편리함 때문이란다. 혹여 어떤 사람은 30분 정도 돌려놓고 우리 경도에 맞는 시간을 되찾는데 불편을 예상하여 반대할 수도 있다. 전혀 걱정할 것이 없다. 이미 14시간의 차이가 남에도 불구하고 우리와 미국은 서로 전혀 불편함이 없다. 하물며 30분 정도의 차이를 불편하다 하여 반대할 이유는 없다. 

1444년, 수천 년간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적 시간 질서에 적응하였던 조선은 드디어 실제 관측에 의거하여 한양을 기준으로 제작한 최초의 달력, ??칠정산??을 만들었다. 세종 26년의 일이다. 이로써 조선은 조선의 위·경도에 맞는 시간을 체크할 수가 있었다. 조선이 중국의 시간에 맞췄다고 해서 크게 불편할 것도 없었다. 그렇지만 세종대왕이 기존처럼 중국의 것에 의존해 편리함만을 따졌다면 우리의 시간을 찾아낼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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