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을 참는 것이 제일 힘들었다.”

10개월째 채식을 하고 있는 정무빈 씨(철학·14)의 말이다. 치킨을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이었던 그는 수능이 끝난 후 독서모임에서 <잡식동물의 딜레마>라는 책을 읽은 뒤 채식을 시작했다. 그는 “동물도 고통을 느끼는 동물이 있다”며 “가축 소비에 반대하는 소비자로서 가축생산을 줄이고 동물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더 줄여야겠다는 마음으로 채식을 하고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젓갈이 들어간 김치를 제외하고 고기, 달걀, 유제품 등 가축 사육과 관계있다고 생각하는 음식은 먹지 않는다. 가죽제품도 사용하지 않는다.

 

정 씨는 “평소 육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크게 힘든 점은 없었지만 다른 사람과 식사를 하는 경우 힘들 때가 있다”고 말했다. 채식을 하는 그가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한정돼있어 갈 수 있는 식당도 제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 씨는 “밥을 같이 먹는 시간이 줄어 친해지는 시간도 부족하고 분리되는 느낌이 든다”면서도 채식에 대한 소신을 지켰다. 육식의 즐거움보다 비인도적인 가축사육을 막고자 하는 그의 소신이 더 컸기 때문이다. 그는 “인도적으로 사육된 가축을 먹는 착한 소비를 통해 기업을 압박한다면 비인도적인 가축사육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전했다. 그가 바라는 인도적 사육은 가축의 본성을 지켜주고 고통을 주지 않는 사육이다.

정 씨는 채식을 결심한 뒤 딱 한번 무너졌다. 그를 무너뜨린 것은 치킨이 아니었다. 그는 “보수적인 외가 친척들과의 모임에서 채식에 대해 이런 저런 충고를 듣기 싫어 딱 한번 문어를 먹은 적이 있다”며 비밀을 밝히기도 했다.

흔히 채식을 한다고 하면 영양 불균형을 걱정하지만 정 씨는 “콩이나 두부 등 대체식품이 있기 때문에 채식을 한다고 해서 영양이 부족하지는 않다”며 “얼마 전 받은 신체검사에서도 1급이 나왔다”고 웃으며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우리 대학에 있는 채식주의자들과 모여 밥을 먹고 싶다”며 기자에게 연락처를 남겨줄 것을 부탁했다.

“채식하는 분들 한번 모여서 밥 한 끼 해요. 연락주세요~”
※정무빈(010-9720-3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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