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열번째를 맞는 광주비엔날레가 심하게 흔들리면서 '침몰'직전에 있다.

한 민중미술작가가 현 정부의 최고책임자를 '세월호 참사'와 연계해 비판한 작품을 출품하자, 광주시가 작품수정을 요구했고, 이어 비엔날레 전시 총책임을 맡고 있는 큐레이터가 이에 항의해 사퇴하자, 다른 국내외 출품 예정작가들이 출품 철회를 잇달아 선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광주비엔날레가 창설되는 시기부터,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온 필자로서는 이번 비엔날레의 '파행'과정을 바라보면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광주비엔날레는 베니스 비엔날레 등 세계 유수의 예술 축제과 비교하여 손색이 없는, 정체성이 뚜렷한 국제적인 미술행사로 자리매김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우선 광주비엔날레 재단 홈페이지에서 밝히고 있는, 이번 제 10회 광주 비엔날레 행사의 취지를 설명하는 대목 중 한 부분을 보면 이렇다. "....(중략)...미술이 직접적‧구체적으로 정치에 개입하는 일이 얼마나 가능하거나 불가능한지를 인식한다........(중략)....." 이번 비엔날레 축제행사의 요체 중 눈여겨볼 만한 대목으로는 이른바 미술과 정치와의 연계성을 힘주어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는 전시작품에 대한 예술적 판단은 고도의 전문가 집단인 예술인들에게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전문가인 정치인이나 공공기관 관리자가 작가의 작품성‧예술성에 대해 섣불리 재단하는 것은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격이라는 판단이다. 영국의 문화예술위원회나 우리나라의 문화예술위원회는 예술에 있어서 '팔거리 원칙 (arm's length principle)'을 강조하고 있다. 즉 문화‧예술에 대해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그것의 지향점은 문화예술의 융성과 발전이라 할 수있다.

이와 관련, 박근혜 정부는 취임사에서 '경제부흥'과 '국민행복'에 이어  특히 '문화융성'을 국정철학으로 제시하면서 "문화가 국력의 핵심요소이며 이를 위해 국민개개인의 상상력이 중요하다"(임학순‧채경진, 문화체육관광부 발주, 「새 정부의 문화정책 이념과 발전방안」용역보고서)는 점을 천명한바 있다.

시 당국과 비엔날레 재단측(대표 이용우) 등 광주비엔날레와 관련된 공공기관의 핵심 책임자들은  위에서 기술한 '박근혜정부의 문화융성 기조'와 '팔거리 원칙'을 곱씹어야 할 것이다. 특히 시민운동가로서 평생을 살아온 '시민시장' 윤장현 시장은 관료형 시장이 강조해온 '명령과 통제 (command and control)'라는 산업화 시대의 전통적 리더십과 단절을 과감히 시도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윤 시장이 방점을 둔 열린 (open-minded) 시장으로서의 첫 단추를 끼우는 작업이기 때문이리라. 이러한 리더십의 첫 시험무대가 이번 광주비엔날레 행사라는 점은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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