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영삼이에게

사랑하는 영삼아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의 봄이야.
봄, 봄 가운데도 만산(萬山)에 녹엽(綠葉)이 싹트는 이 때이며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보고 먼 산을 바라보라. 어린애의 웃음같이 깨끗하고 명랑한 5월의 하늘, 나날이 푸르러 가는 이 산 저 산, 나날이 새로운 경이(警異)를 가져오는 이 언덕 저 언덕, 그리고 하늘을 달리고 녹음을 스쳐 오는 맑고 향기로운 바람―우리가 비록 빈한하여 가진 것이 없다 할지라도, 우리는 이러한 때 모든 것을 가진 듯하고, 우리의 마음이 비록 가난하여 바라는 바, 기대하는 바가 없다 할지라도, 하늘을 달리어 녹음을 스쳐 오는 바람은 다음 순간에라도 곧 모든 것을 가져올 듯하지 아니한가?이양하님의 신록예찬이 생각나는 봄이야.
너가 대학에 온지도 벌써 2개월이 지났구나. 대학에 오면 무엇이 가장 하고 싶었을까?
나는 말이야. 자유라는 것을 많이 누리고 싶었어. 자유로이 여행도 하고, 하루종일 도서관에 앉아서 책도 읽고, 다른 것에 신경쓰지 않고 관심 분야 공부도 하고, 멋진 님과 불타는 사랑도 하고 싶었단다. 너도 나와 비슷하겠지?
영삼아. 자유를 외치던 너에게 스스로 계획하고 움직여야 할 인생의 항해가 시작되었단다. 무엇이든 마음먹으면 이룰 수 있는 20살. 너보다 조금 앞서 20살을 맞이한 내가 너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어.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그것은 바로 이상. 우리의 청춘이 가장 많이 품고 있는 이상. 이것이야말로 무한한 가치를 가진 것이다. 사람은 크고 작고간에 이상이 있으므로 용감하고 굳세게 살 수 있는 것이다. 이상. 빛나는 귀중한 이상, 그것은 청춘이 누리는 바 특권이다. 그들은 순진한지라 감동하기 쉽고 그들은 점염(點染)이 적은지라 죄악에 병들지 아니하였고, 그들은 앞이 긴지라 착목(着目)하는 곳이 원대하고, 그들은 피가 더운지라 현실에 대한 자신과 용기가 있다. 그러므로 그들은 이상의 보배를 능히 품으며, 그들의 이상의 아름답고 소담스러운 열매를 맺어 우리 인생을 풍부하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피어나기 전인 유소년(幼少年)에게서 구하지 못할 바이며, 시들어 가는 노년에게서 구하지 못할 바이며, 오직 우리 청춘에서만 구할 수 있는 것이다.
영삼아.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청춘에 영원히 너의 열정을 불사를 항해의 목적지를 발견해야 한단다. 또한 그 목적지를 함께 갈 동반자를 만났으면 해. 너의 20살에 항해의 목적지와 동반자를 만난다면 너는 행복한 사람이야. 그리고 반드시 항해의 끝에서 아름다운 여정이였노라고 느낄꺼야. 하지만 항해 도중에 풍랑을 만나기도 하고 암초를 만날 수도 있단다. 하지만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된다. 항해 도중에 포기는 죽음이거든.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 너무나 많은 20살이지만 반드시 너의 목적지와 같이 갈 동반자를 만나렴. 그리고 암초와 풍랑에 긴장되더라도 반드시 비켜갈 수 있음을 믿으면서 항해를 즐기렴. 멋진 항해 끝에 웃을 수 있는 너가 되기를 바란다.

5월의 어느날
항해를 조금 일찍 시작한 청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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