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주년을 맞는 5·18, 그 자리에 꽃같은 어린 자식들을 주한미군의 장갑차에 떠나보낸 신효순, 심미선양 두 어머니가 서 있다. 그들은 글썽이는 눈물을 훔치며 "그때는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고, 너무나 불쌍하기만 하고, 저기 누워있는 게 내 자식일까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며 그때를 회상한다. 말하는 도중 효순이 어머니 정명자 씨는 할말을 잊지 못하고 고개를 떨군다. 같은 마음일 미선이 어머니 이옥자 씨가 이야기를 이었다.
5월은 두 어머니에게 가장 잔인한 달이기도 하다. 매년 두 딸아이가 달아주던 카네이션이 생각나서이다. 5월 8일 여느 어미니들처럼 자식들이 달아주는 카네이션을 받아들고 기쁘게만 있을 수 없어서다. 올해 어버이날은 어땠냐는 물음에 "차라리 어버이날이 없었으면 좋겠다. 믿고 싶지 않은데 이젠 다시 볼 수 없다는 것을 실감케 했다"며 이제는 말랐을 법도 할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떨어지는 눈물은 곧 미국에 대한 분노로 이어졌다.
"그전까지는 주한미군이 우리나라를 지켜주고 있는 줄로만 알았다. 그래서 장갑차소리도 다 참아가며 살아갔는데 참았던 게 지금은 오히려 땅을 치며 후회한다. 2명이나 죽였으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들이 정말 가증스럽다. 죄를 졌으면 죄값을 치르는 게 마땅한 일인데 죄 값은커녕 반성도 하지 않은 게 정말 화가 난다"는 목메임은 가슴 끝부터 나온 자식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 생각나고, 죽었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데 벌써 1주기가 된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지 "아직도 효순이, 미선이가 문을 열고 들어 올 것만 같다"고 말한다.
그들은 "힘없는 부모여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아 와주고 효순이,미선이 위해서 싸워줘서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른다"며 "1년이 다 되가는 지금도 변함 없이 아픔을 함께 해주는 이들이 너무나 고맙고 이 말밖에 할 수 없는 힘없는 부모지만 항상 함께 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한다.

전대기련 5·18 공기단/ 정리 백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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