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어김없이 도청으로 몰려왔다. 그날을 직접 체험하는 초등학생부터 백발의 노파까지, 계엄군 복장의 대학생들에게 둘러싸인 채 환한 모습이다. 그러나 단지 그것으로 끝나지는 않는 것. 바로 작열하는 한낮 햇볕 아래서도 사람들을 붙잡던 "미국 놈들 몰아내자"는 외침의 연속이다.
50년 6·25 당시 기관총을 난사하던 미군부터, 80년 5월을 폭도진압 훈련으로 보낸 점령군 주한미군, 2002년 미군 기지의 전선탑을 방치해 전동록 씨의 사지를 절단시킨 오만한 미군, 같은 해 6월 효순이와 미선이를 깔아뭉갠 거대한 탱크 위의 미군까지. 5월 광주의 금남로 무대에서 온전히 드러났다. 수많은 미군 범죄가 한반도를 상처 내고 있는 동안에도 못 본 척, 못들은 척 너무 오래 참아와 곪아터지고 말았던 우리 민족의 아픔. 그것을 치유해갈 책임을 알리는 자리였던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되는 것은 "80년 5월 폭도 진압 훈련을 받았다"는 전 주한미군 여성 엘렌 바필드. 그는 자신의 조국을 규탄하기 위해 5월에는 광주, 7월에는 평양에서 우리 민족과 함께 하겠다 다짐한다. 이는 단지 겉치레 행사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평화와 정의를 지향하는 것이다. 그가 "미군은 점령군으로 너무 오래 한국에 있었다"며 외치는 주한미군철수가 바로 그 첫발일터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지켜져야 할 과제는 "자기 나라의 민주화를 위해 싸웠던 광주의 민중들을 진압하는 훈련을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죄송스럽다"는 그의 사죄가 다만 그 개인으로 그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먼저는 그의 단체 '평화를 위한 재향군인회'를 통해 미국 내에서도 일파만파 퍼져 진정으로 미 정부의 사죄가 따라야한다.
그런 그가 찾은 2003년 5월의 광주가 활기에 넘쳤다는 것, 민족의 자주를 찾기 위한 절규, 통일로 향하자는 끊임없는 욕구가 민중들의 가슴에 꿈틀대며 자라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으리라. 이제는 새 역사를 써나가야 할 사명감이 그곳 금남로의 빈 자리에 울리듯 우리의 역할을 새로 정립할 때다.

백지선 기자 kindpl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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