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한 몸 태워 민중의 잠든 넋을 깨우고 그들의 가슴에 꺼짐을 모르게 타오르는 불씨가 되리라' 박승희 열사의 유서를 차분한 어조로 낭독하는 한 여학생의 모습은 오월 정신의 숭고함을 느끼게 한다. 그 숭고함은 5·18 집체극과 학생들의 적극적인 율동이 펼쳐졌던 '오월에 부치는 편지'에서 오월 정신을 계승하는 큰 잔치로 승화됐다.
지난 16일 용지 주변 특설무대에서 박승희 열사와 5·18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오월에 부치는 편지'가 열린 것이다.
1백 여명의 학생들이 모인 이번 행사에는 모두 11팀이 출연해 집체극, 율동, 창작곡 등 다양한 공연을 선보였다. '반미자주 코스모스'팀은 오월 정신에 무지했던 한 학생이 꿈에서 박승희 열사를 만나 5·18의 배경을 듣고 '미선이 효순이 사건'을 통해 미국의 실체를 알아간다는 내용의 집체극을 공연해 학생들에게 신선하다는 반응을 얻었다. 또 공대노래패 '새벽울림'은 반미를 주제로 한 창작곡과 오월 정신계승을 위한 개사곡을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이어 약대, 공대, 법대, 화학공학부 풍물패 연합 팀은 별주부전이라는 마당극을 펼쳐 미국과 우리나라 그리고 북한의 핵문제를 우화적으로 표현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총학생회는 박승희 열사의 죽음과 5·18의 배경에 미국의 계략이 있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두 사건이 별개가 아님을 보여주기 위해 '오월 정신'으로 한데 묶어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 정달성 부총학생회장(과교·4)은 "야외에서 개최하고 포스터 선전을 대규모로 펼쳐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 행사를 보고 있던 박연희 양(응생공·2)은 "동아리에서 책으로만 학습하던 5·18 광주 민중항쟁과 박승희 열사를 재현극이나 집체극으로 볼 수 있어 더욱 실감났다"며 "특히 5·18이 일어나게 된 계기와 그에 따른 미국의 만행를 새롭게 알게 돼 놀라웠다"고 말했다.
한편 승희상을 수상한 '통일바라기'팀은 문헌정보학과 새내기로 구성됐으며 현재 미제에 물들여진 대학생들의 생활을 고발하고 5·18과 박승희 열사를 기억하자는 내용의 집체극을 선보였다.

나현정 기자 dkdlel8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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