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이 시끄럽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지방에 소재한 대학들이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바로 코앞에 닥친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과 ‘대학 구조개혁’ 때문이다. 지난 3월 17일자 <전대신문>의 사설('지역대학들의 난망한 사투')이 신랄한 어조로 비판하고 있듯이 특성화 사업과 구조개혁이라는 정부의 계획안은 부당함을 넘어서 영악하기까지 하다. 돈을 무기로 정원 감축, 총장직선제 폐지 등을 마치 대학 스스로 선택한 것처럼 대학의 자발적 굴종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내년부터는 국립대의 모든 교수들을 대상으로 성과급 연봉제를 실시한다고 하니 지역의 대학들은 대학들끼리, 대학의 교수들은 교수들끼리 정해진 양의 밥 앞에서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기 위해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더 황망한 것은 정부의 이 ‘놀라운’ 계획을 바라보며 어느 대학도 저항을 할 생각을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거점국립대나 지방 소재 국립대나 사립대나 동일한 평가 지표 앞에서 평가 점수를 올리기 위한 방법들을 찾고 있을 뿐 이 계획의 부조리함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과 거부를 표명한 대학은 없다. 지병문 총장은 최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거점국립대의 위상에 안주할 때가 아니며”, “교수도 학생도 실용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임기 중에 취업률을 6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대학을 책임지고 있는 대표로서 대학의 평가 순위를 높이고자 하는 고심이 이런 발언으로 이어졌으리라 생각은 하지만 자괴감을 떨쳐버릴 수는 없었다.

수도권대학과 기타 지방대라는 이분법으로 대학의 서열이 정해진 오래된 현실 앞에서 거점국립대로서의 위상이나 명성에 집착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게다가 당장 대학 졸업 후의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취업에 연연해하지 말라고 할 만큼 당당할 수 있는 교수는 몇 명이나 될까? 그러나 국립대이자 지역을 대표하는 거점대학마저 취업률 향상을 제1의 목표로 삼는다면 기초학문 육성, 고등교육의 공공성 강화와 같은 말은 허망한 수사가 될 수밖에 없다. 대학이 변해야 할 상황이라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것은 우리 대학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우리 대학이 나아가야 할 변화의 방향과 원칙, 거점국립대로서 우리 대학의 정체성과 위상, 목표는 무엇이란 말인가? 그것이 취업률 향상이라면 너무 초라하지 않은가? 지역의 사립대와 다른 것이 무엇인가? 그런데 아무도 이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하지 않는 현실이 참 낯설다.

지역의 대학들이 ‘서로 물고 뜯는 정글’의 법칙에 빠져들고 대학의 교수들이 보다 높은 연봉을 받기 위해 정량화된 성과 쌓기에 몸과 마음을 맡기게 될 때, 우리 대학의 미래는 어떠한 모습일지 상상하기도 싫다. 어느 교수의 연구실 문에 ‘학생 사절’이라는 문구가 나붙어도, 성과에 포함되지 않는 모든 학내 봉사 활동을 거부해도 비난할 수 없을 것 같다. 대학의 교수들이 상아탑에 안주하는 상황은 이 불길한 미래에 비추어 본다면 오히려 아름다운 모습이리라. ‘진리’, ‘창조’, ‘봉사’라는 우리 대학의 교시를 떠올리기가 민망한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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