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각 대학총장들의 신년사 화두는 단연 ‘뼈아픈 구조개혁’, ‘변화와 혁신’이었다. 이런 단어들이야 한국사회에서 워낙 익숙한 것들이다 보니 이젠 별 주목도 끌지 못한다는 걸 안다. 그러나 대학들 입장에서는 그냥 입에 발린 말이 아니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당장 10년 내에 대학입학정원 16만 명을 감축하겠다는 교육부 계획이 올해부터 실행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올해 1월 대학정원 감축과 관련된 <대학 구조개혁 추진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 요지는 모든 대학을 평가해 5등급으로 나눈 뒤, 등급별 차등적 정원감축을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며칠 후,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명분은 대학서열화를 지양하고 지역대학 경쟁력을 강화시킨다는 것이라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리 간단치가 않다. 여기엔 수도권에 비해 훨씬 가혹해질 지역대학들의 대대적인 정원감축, 등록금 인하와 장학금 확충을 전제하고 있는 국가장학금 2유형의 문제, 급기야는 국립대 총장직선제 폐지 사안까지 뒤엉켜 있다. 만수산 드렁칡이 얽힌 들 이만할까 싶을 정도다.

먼저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과 관련하여 교육부가 제시한 평가지표는 앞으로 지역대학의 뻔한 운명이 읽혀지고도 남음이 있다. 사업 선정 시, 대학에게는 계륵일 수밖에 없는 항목들에 모두 가산점을 붙여 평가하겠다는 식으로 밀어붙이고 있어, 지역대학들을 소위 ‘멘붕’에 빠뜨리고 있는 것이다. 정원감축 가산점 3-5점(최대 10%:5점), 국가장학금 2유형 참여 여부 2.5점, 등록금 부담 완화 지수 3점, 총장직선제 폐지 여부 2.5점 등의 식이다. 더군다나 앞의 세 항목은 서로 물고 물리는 것이라는 점에서 지역대학들을 옴짝달싹 못하게 발목을 잡고 있는 것들이다.

이 중 특히 가산점이 가장 높은 항목이 정원감축이라는 점은 주목을 요한다. 대학재정상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소폭 인하하는 데 그쳐 추가로 장학금을 확충할 여력이 없는 상당수 지역대학들은 대부분 교육부가 제시한 최대 10% 감축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업 선정 당락이 0.5점 차이로 결정되는 상황에서 5점은 무시할 수 없는 유혹이다. 이렇게 될 경우, 교육부는 1주기(2015-2017) 감축계획의 60%에 가까운 정원을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을 통해 해결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수도권대학과의 형평성이다. 같은 기간 동안 수도권대학에서 감당해야 할 예상 감축 몫은 겨우 20%다.(나머지 20%는 계획에도 없다.)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이 “사실상 지방대 구조조정 신호탄”이란 말이 나오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사태가 이쯤이면, ‘지방대학 특성화’의 명분은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지역 고등학교 졸업자의 ‘인(in) 서울’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고, 수도권은 아예 제쳐놓은 채 지역대학들은 ‘그들만의 서열화 리그전’을 위해 서로 물고 뜯는 정글 속으로 더욱 깊숙이 빠져 들어가게 될 것이다.

 이 빤한 운명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교육부의 돈다발은 이제 공포다. 정원감축부터 총장직선제 폐지에 이르기까지 모든 꽃놀이패를 쥐고 면전에 흔들어대는 정부와 교육부 앞에서  ‘대학의 자율성’ 운운하는 것은 이젠 그야말로 ‘달보고 짖는 개’ 같은 상황이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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