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베켄바워와 ‘천재’ 크루이프, 아직도 진행중인 라이벌 관계

 
‘축구로 싸워서 지구를 지켜라.’ 지구에 외계인이 침공했다. 외계인을 물리치려면 축구로 싸워서 이겨야만 한다. 결의에 찬 표정의 감독은 메시에게 주장 완장을 건넨다. 삼성의 축구 마케팅인 ‘갤럭시11’의 광고 내용이다. 계속해서 한명씩 선수를 공개하며 지상 최고의 드림팀 ‘지구방위대’가 모이고 있다. 지구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들의 감독은 누구일까? 바로 ‘프란츠 베켄바워(베켄바워)’이다.

최고인 베켄바워에게도 라이벌은 있었다. 바르샤에게 영국의 롱패스를 이용하는 ‘뻥축구’에서 벗어난 짧은 패스 중심의 ‘티키타카’를 전수한 ‘요한 크루이프(크루이프)’이다. 타고난 천재성으로 ‘축구는 몸이 아닌 머리로 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하기도 한 크루이프는 현재까지도 축구 플레이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점유율축구를 완성시켰다. 21세기에 호날두와 메시가 있다면 20세기에는 베켄바워와 크루이프가 있었다. 모두가 브라질 축구에 열광하던 시기에 두 스타가 등장하면서 마라도나가 나타나기 전까지 유럽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었다.

황제 VS 천재
베켄바워는 기존의 수비수로만 여겨지던 리베로에서 벗어나 공격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하며 현재의 리베로(수비수이면서 공격에도 적극 가담하는 선수)를 만들었다. 뮌헨 최고의 리베로인 베켄바워의 공·수를 넘나드는 신선한 경기운영은 세계의 축구인들을 현혹시켰다. 그는 세심한 리더십과 세련된 플레이로 황제라는 뜻을 지닌 ‘카이저’라는 별명을 얻었다.

반면 크루이프는 “사람들은 천재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천재는 태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천재의 이름은 요한 크루이프다”라고 할 정도로 본인의 천재성을 잘 아는 선수였다. 크루이프는 아약스 팀 내에서도 연습을 잘 안하기로 유명했다. 그는 상당한 애연가였는데 경기중 전반전이 끝나면 담배를 피우고 후반전을 뛰러갔다. 혈관이식수술을 하고 난 후 금연캠페인에 참여하기도 했다. 자기주장이 뚜렷하고 개성이 강해 안티가 많은 스타이기도 하다.

베켄바우어는 천재 크루이프를 항상 의식했다. 동시대의 라이벌인 두 사람 중 누가 더 낫냐는 기자의 질문에 “요한 크루이프보다 내가 항상 위에 있었다”고 한마디로 답했다.

드디어 월드컵에서 만나다!
1970년대 두 선수의 활약으로 서독의 뮌헨과 네덜란드의 아약스는 각각 유러피언컵을 3연패 하면서 유럽의 최강자가 되어있었다. 본인의 팀을 최강에 올려놓고 정점을 찍고 있던 베켄바워와 크루이프가 1974년 월드컵에서 만났다. 그것도 결승전에서 독일과 네덜란드의 주장으로 맞대결을 펼치게 된 것이다.

이 정면승부에는 민족적인 적대감도 깔려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때 독일점령군의 온갖 착취에 시달렸던 네덜란드는 독일을 원수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크루이프는 개최국인 서독의 아디다스 세 줄무늬 유니폼을 입지 않고 끝까지 두 줄무늬 유니폼을 입을 정도였다.

경기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크루이프는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팀의 골로 연결시켜 한 점 앞서갔다. 그러나 서독 역시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점수를 냈고 네덜란드는 놀라운 ‘토털풋볼(전체공격, 전체수비)’플레이를 이어갔지만 득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결국 서독의 압박에 밀려 역전골을 내주면서 우승컵은 베켄바워의 서독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월드컵 MVP는 크루이프가 수상했다. 월드컵에서도 우열을 가리지 못한 것이다. 결승전에서 패배한 후 크루이프는 “결승에서 비록 지긴 했지만, 월드컵 MVP는 나의 차지였다. 누가 더 뛰어났는지는 모두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말을 들은 베켄바워는 “강한자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자가 강한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렇게 자신감 넘치던 베켄바워도 74년 리그우승, UEFA챔피언스리그 우승, 월드컵우승을 하고도 세계최고의 선수에게 주는 상인 발롱도르가 크루위프에게 돌아가자 “내가 더 이상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며 허탈함을 드러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자신이 더 뛰어나다고 했던 베켄바워도 “크루이프는 나보다 뛰어난 선수다. 나에게 유럽 최고의 선수를 한 명 뽑으라면 그 주인공은 크루이프다”라며 크루이프를 인정했다. 그러나 “나는 월드컵에서 우승했다”라고 말하며 상대를 칭찬해 주는 순간에도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은퇴 이후에도 그들은 IFFHS(국제축구역사통계재단)에서 선정한 세기의 축구 선수에서 유럽 선수 중 각각 1,2위를 차지했고, 세계적으로는 펠레에 이어 나란히 2,3위에 이름을 올렸다.

베켄바워와 크루이프는 화려한 선수생활을 마치고 나란히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유명한 선수들은 성공한 감독이 되지 못한다는 속설을 깨고 둘은 최고의 감독으로 꼽힌다. 크루이프는 바르샤를 지도하며 클럽을 정상에 올려놓았고 베켄바워 역시 뮌헨에 우승컵을 안겨주었다. 베켄바워는 1990년 독일대표팀 감독으로 월드컵에서 우승하면서 최초로 선수와 감독으로 월드컵 우승을 한 사람이 되었다.

사람들은 둘을 ‘창과 방패’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만큼 우열을 가리기 힘든 것이다. 오늘도 그들은 그라운드 밖에서 활약하며 새로운 기록을 만들어 가고 있다.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