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7일 서울 청계천 광통교 앞에서 열렸던 ‘당연한 결혼식’을 기억하는가? 이름과 달리 대부분의 세상 사람들에게는 당연하게 여겨지지 않았던 이 결혼식의 주인공은 영화감독 김조광수와 그의 동성 연인이었다.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많이 누그러졌다고는 하지만, 동성결혼에 대해선 아직 ‘허용범위 이상’인 이 사회에서 그들이 올린 공개결혼식은 부정적인 의미이든 긍정적인 의미이든 사람들에게 충격이었다. 동시에 세상에 많은 생각 거리를 던져준 그가 지난 30일 우리 대학을 찾았다. ‘성소수자 인권을 이야기하다’를 주제로 오후 7시 법전원 광주은행홀에서 열린 그의 강연은 한 시간 남짓, 재치 있는 입담과 진솔한 이야기로 채워졌다. 

세간의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김 감독의 결혼식을 두고 동성애를 거부하지 않는 사람들도 ‘왜 그렇게까지 요란을 떠느냐’는 식의 핀잔을 줬다. 그는 "결혼식을 축제처럼 진행한 이유는 세상에 성소수자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동성애자는 결혼할 권리가 없다는 인식이 박혀있다. 이 결혼식은 ‘왜 우리는 결혼할 권리가 없는 것인가?’라는 물음에서 시작됐다. 세상이 하지 말라니까, 더 하고 싶어진 것이다.”

그렇게 유래 없던 공개 동성결혼은 김 감독의 집안에 변화를 불러왔다. 명절에 그의 배우자는 다른 며느리들처럼 음식을 하기도, 그렇다고 안 하기도 곤란했다. 한동안 난제로 시달리던 그의 집안은 명절음식을 한데 모여 하지 않고 각자 해오는 것으로 문제를 마무리했다.

또 한 가지 곤란했던 문제가 바로 호칭이었다. ‘며느리’도 ‘사위’도 아닌 그의 배우자. 고심 끝에 김 감독은 “ '새아기'와 같은 아들이 하나 더 늘었으니‘새아들’이라는 호칭을 제시했다.

이처럼 제3의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김 감독의 가족들은 계속해서 토론을 하고 새로운 실험을 해나갔다. 그리고 어느샌가 변화를 즐기며 동성애에 대한 인식을 조금씩 바꿔가지 시작했다. 그는 “우리 가족들을 보면 앞으로 내 삶이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지만 재밌어질 것 같다는 기대감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상은 여전히 김 감독에게 싸늘하다. 특히 ‘옛날 같으면 율법에 따라 돌로 처맞아 죽었다’는 식의 종교적 악담이 SNS나 인터넷을 통해 그에게 쏟아졌다. 동성애인과 싸우다 신고가 들어가 출동한 경찰은 대뜸 ‘당신들 호모야?’란 말부터 던졌다. 동성애를 주제로 다룬 한 영화는 미국에서는 전체 관람가 등급이었지만 한국에서는 ‘청소년들의 모방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15세 관람가 판정을 받았다. 이렇듯 아직 동성애자가 떳떳이 서기 힘든 사회이지만 그렇기에 김 감독은 더욱 떳떳해지기로 했다. 그리고 행복해지기로 했다.

“‘게이가 어떻게 행복하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게이는 왜 행복하면 안 되나?’고 되묻고 싶다. 사실 성소수자는 행복해지기 쉽다. 바라는 게 적기 때문에. 이성애자에게 당연한 것이 성소수자에겐 그렇지 않기에 행복을 주는 것이 무수히 많다. 단, 전제는 성소수자인 자신을 긍정하는 것이다.”

김 감독은 11월 말 쯤 정식으로 혼인신고를 할 예정이다. 동성결혼이 합법이다, 아니다 명확히 명시되지 않은 우리나라 법 때문에 지지부진한 과정을 거칠 수도 있지만 그는 “기왕 이렇게 된거 열심히 싸워볼 생각이다”며 “판결에서는 지더라도 이 일을 여러 사람들이 알게 되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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