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서로의 몸을 쇠사슬로 연이어 묶어 누워 버티고 있습니다. 이들과 경찰 간에 전쟁을 방불케 하는 충돌까지 일어납니다. 전운마저 감도는 이곳은 경남 밀양의 송전탑 공사현장입니다. 주민들은 밧줄도 아니고 쇠사슬로까지 서로를 엮고 송전탑이 마을로 들어서는 것을 막고 있습니다. 이 싸움은 무려 8년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도대체 밀양 주민들은 왜 송전탑이 들어서는 것을 그토록 반대하는 것일까요?

이 사업을 주관하는 한국전력(한전)은 매년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감당하고 원전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에 공급하기 위해 송전탑 건설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건설 목적에도 많은 의문이 따를뿐더러, 그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은 무시되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첫번째 이유는 재산권 보호입니다. 한전은 밀양에만 76만5,000 볼트의 초고압 송전탑을 69개나 세울 예정이라고 합니다. 지난해 1월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며 분신자살한 이치우 씨는 한전으로부터 6,000만원의 보상금을 줄테니 4억의 가치를 가진 땅에서 나가라는 요구를 받았습니다. 한평생 농사만 지으며 땅을 지키던 주민들이 받을 보상으로는 너무나 가혹해보입니다. 더구나 자신들이 사는 지역도 아니고 수도권에 필요한 전력을 나르기 위해서 손해를 감소하고 땅을 내주고 싶을까요?

초고압 송전선이 마을을 지나게 되면서 전자파 노출도 크게 우려됩니다. 전자파에 장시간 노출이 되면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여러 연구를 통해 증명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밀양에는 시름시름 앓다 죽는 동물들도, 전자파로 인한 암이 의심되는 주민들도 늘고 있지요. 이에 주민들은 무조건 반대 대신 고압송전선과 가정용 배전선을 지하에 매설해 전자파 노출을 최소화하는 ‘지중화’ 작업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한전의 귀에는 별로 들어오지 않나봅니다.

송전탑으로 전달되는 전력이 원전을 가동함으로써 나온다는 것도 송전탑 건설 반대의 이유입니다.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사태에서 보았듯이 원전은 결코 안전한 자원이 아니죠. 원전 가동으로 인해 핵산기업들이 얻는 이익과 안전한 세상에 대한 소망을 바꿀 수 있을까요?

안정적인 전력수급, 그리고 원전 가동. 모든 것이 ‘국익’을 위해서라죠. 하지만 국익을 논하는 방식이 적절해보이진 않습니다. 전력수급을 이유로 송전탑 건설을 강행하기 전에 전력난이 발생하는 원인을 철저한 검증을 통해 밝혀 국민들을 납득시켜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국익이라는 이름 아래 국민들의 목소리는 무시해도 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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