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등이 터진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CMA(고객이 맡긴 예금을 채권에 투자하여 그 수익을 고객에게 돌려주는 상품)를 들고 있던 ‘개미 투자자들’에게 “동양 계열사 채권, 선착순 마감”이라고 문자가 옵니다. 투자자들은 ‘이자라도 더 받자’라는 마음과 ‘동양 증권이니까’라는 신뢰감으로 쌈짓돈을 투자합니다. 누군가에게는 동생 집을 해주려던 소중한 돈으로 말이죠.

그런데 이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동양증권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돈이 허공으로 증발할 상황에 놓였습니다. 혹자는 ‘채권인데 위험 감수는 당연한 것 아닌가’라며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합니다. 물론 안전이 보장되는 주식에 비해 채권은 높은 수익률이 있는 대신 위험성이 따릅니다. 그러나 그 누구도 돈이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는 위험성은 전혀 알리지 않았습니다. 그저 직원들은 ‘안전한 수익성이 보장되며 7%의 이자가 붙는’ 상품이라고 홍보했습니다. 금방이라도 터질 듯 아슬아슬한 폭탄을 개미 등에 올린 것은 개미 자신들이 아니었습니다. 이 모든 상황에 침묵했던 동양그룹 대주주와 임원들, 그리고 금융감독원(금감원)이죠.

시멘트와 건설이 주력사업이던 동양그룹은 몇년 전부터 계속되는 건설경기 침체로 몸살을 앓고 있었습니다. 부족한 회사 자금은 무리하게 CP(기업어음)를 팔아 계열사에 ‘돌려막기’를 하고 있었고요. 이미 회사를 지탱하는 기둥은 금이 가고 있었습니다.

회사가 이렇게 어려운데 대주주와 임원들은 자신의 잇속밖에 챙길 줄 모르나 봅니다. 지난 달 추석 연휴까지도 동양 증권 사장은 이 위태로운 회사의 채권을 팔도록 직원들을 독려했다고 합니다. 금융계 인사들은 이미 동양그룹의 이런 실태를 알고 투자하지 않았다고 하니, 동양그룹에 1조 2000억원을 부은 4만명의 투자자들은 속사정을 알 리가 없는 평범한 서민들이었습니다.

미리 알고 사태를 막았어야 할 금융당국도 잘못입니다. 지난 4월 금감원은 투자에 부적격하다고 판단되는 회사의 CP, 채권 등을 권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금융투자법을 개정했습니다. 그런데 이지경이 될 때 까지 손을 놓고 있었죠. 투자자에 대한 보호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힘없는 ‘개미 투자자’들의 등만 터지게 부채질 한 꼴입니다.

지금 동양그룹 대표진들은 서로 책임을 전가하고 회사를 떠나고 있다고 합니다. ‘사기발행’ 이라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는 이 위기, 왜 항상 새우와 개미 같은 작고 약한 이들만 다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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