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람객들 사이로 만개한 튤립.

한 장소에 가면 23개국을 여행한 것 같은 곳이 있다. 23개국이 모여 83개의 아름다움을 내뿜는 곳, 바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다. 현재 4개월째 개장 중인 박람회는 크게 수목원, 세계정원, 습지구역으로 나뉘어 관람객들에게 흥미 있는 볼거리를 선사하고 있다.

시원함을 안겨주는 순천호수정원
지구동문으로 들어가면 드넓은 호수와 그 안에 달팽이 껍질 모양의 큰 언덕이 있는데 이곳이 순천호수 정원이다. 호수정원은 세계적인 정원 디자이너 영국의 찰스 젱스(Charles Jencks)가 순천에 머물며 디자인한 공간으로 순천의 지형과 물의 흐름을 디자인했다. 호수정원 가운데에 보이는 봉화언덕을 보면 나선형 구조로 된 언덕길을 오르내리는 관람객들을 볼 수 있다. 기자도 호기심과 들뜬 마음으로 봉화언덕을 오르기로 했다. 부드러운 곡선 형태의 나무다리를 지나 봉화언덕 둘레길을 오르는 길에 주위를 보니 미로정원 앞 쉼터에서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어느덧 정상에 올랐고 박람회의 경관을 둘러보니 프랑스 정원, 야수의 장미정원 등 그 사이에 스며들어 자연을 만끽하는 관람객들이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박람회의 중심이라 불리는 봉화언덕을 올라 푸른 녹지로 가득한 주위 경관을 관람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다만 봉화언덕이 박람회 내 가장 높은 곳인 만큼 전망대를 설치해 주위 경관을 널리 볼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세계의 정원이 한자리에! 23개국 83개의 정원
세계 23개국 83개의 정원은 각 나라의 문화와 자연이 조화를 이룬 ‘세계의 정원’에서 관람객들은 세계를 여행하듯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화려하고 원색적인 느낌을 주는 태국정원이 눈에 들어온다. 이 정원은 태국 전통 건축물인 살라타이와 대나무 구조물로 구성됐다. 먼저 태국의 향기가 물씬 나는 돔 형태로 지어진 거대한 나무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 구조물은 나무로 만든 뼈대로만 구성되어 있어 태국의 아열대 기후에 맞춰진 듯 시원한 구조다. 나무집을 지나면 태국전통건축물인 살라타이가 보인다. 갈색의 살라타이 안에서 더위를 식히는 관람객들을 보니 고온다습한 열기를 피하려는 태국인들을 보는 듯했다.

다른 정원에 비해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특히 많은 곳도 있다. 꽃밭 한가운데 세워진 풍차가 멋스러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네덜란드정원이다. 흑갈색의 큰 풍차 앞에서 사진 속에서나 보던 네덜란드의 풍차를 잠시나마 감상해 볼 수 있다.

하나 더 소개할 정원은 중국의 정원이다. 안으로 들어서면 남녀가 마주 보는 백색의 조형물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것은 중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 할 수 있는 량산백(梁山伯)과 축영대(祝英台)의 사랑을 표현한 것이다. 중국전통양식의 건물을 보니 마치 무협영화의 한 장면을 보듯 선명하게 표현되었다. 그러나 순천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김지은 씨(20)는 “중국의 전통미와 특유의 조경기법을 잘 살리긴 하였으나 너무 인위적인 것 같고 생각보다 규모가 작은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순천만의 풍경이 한눈에! 순천만 무인궤도차(PRT)
무인궤도차는 높이 3.5m, 총 운행구간 4.64km로 이루어진 전동차이다. 높은 시점에서 박람회의 전경과 동천 등을 한눈에 볼 수 있어 관람객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개막 후 4개월이 지났음에도 정규운행이 미루어져 관람객의 수요를 모두 충당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안전상의 문제 등으로 10월 정도에 정규 운행이 가능하다고 한다.

만약 정규 운행 전에 탑승을 원한다면 (http://www.sc-prt.com/eco/index.php)에 접속해 미리 예약하길 바란다.


자연과 생태를 담은 습지센터 구역
무인궤도차 승차장에서 빛의 서문 쪽으로 가다 보면 습지센터와 물새놀이터로 이루어진 습지센터 구역이 나타난다. 물새놀이터는 홍학과 물새들이 서식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관찰할 수 있어 가족단위의 관람객들에게 인기다. 생태 습지 앞에 위치한 생태체험관은 흡사 자연사 박물관을 연상시킨다. 갈대, 갯벌, 철새를 테마로 70%가 살아 있는 생물로 이루어진 생태체험관은 갯벌을 그대로 재현해 게, 짱뚱어가 살아 움직이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외에도 무료 승마체험, 미꾸라지 잡기 등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도 준비돼있다.

‘지구의 정원’이란 주제답게 세계 5대 연안습지 중 하나로 손꼽히는 순천만 일대. 111만 2,000㎡를 나무 491종 43만 주와 꽃 400만 본으로 꾸며낸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다음 달 20일까지 개장하니 선선해지는 가을 날씨와 함께 온전한 자연의 색을 느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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