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는 최근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라는 모토에 맞춰 유사한 이름의 학과를 신설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들 중, 그 ‘창조경제’의 정체를 아는 이가 얼마나 있는가? 그 정체를 분명하게 아는 이가 있다면 필자에게 가르쳐 주길 바란다. 필자는 정체조차 불분명한 ‘창조경제’에 대해 국내 최고의 권위를 갖는다는 대학교가 학과를 신설하겠다는 상황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있어왔다. 매 번 정책에 맞춰 학과들이 신설되고 폐지되며, 이로 인해 애꿎은 학생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실정이지만 대학은 그 책임을 지지 않는다.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유행처럼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학과는 소위 실용학문이라는, 대체로 취업과 관련된 학과들이 주를 이룬다. 정부가 취업률로 대학을 평가하면서 동시에 순수학문들, 특히 인문학이 설 자리를 잃어간다. 신설 대학들은 아예 인문학을 가르치지 않고 기존에 인문학을 가르치던 학교들은 그 학과를 통폐합하거나 폐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배제대학교 국어국문학과의 경우가 그렇다. 배제대학교는 주시경선생님과 김소월, 나도향 같은 문인을 배출한 배제학당의 명맥을 잇고 있기에 이런 상황이 더욱 씁쓸할 뿐이다.

인문학부는 취업률이 떨어지니 아예 학부를 만들지 않고, 통폐합해가면서 가르치지 않아야 하는 쓸모없는 학부인 것일까? 몇몇 사람들은 인문학 없이도 창조경제가 이뤄지고 창의적 인재가 양산될 것이라고 생각하나보다. 대체로 무난하게 취업하기 위해 진학한다는 경제학, 경영학, 그리고 다른 실용 학문들만 공부하면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모두 경제활동을 하게 되고 개개인이 행복해지며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이룩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취업만을 위해 대학을 다니고 직업훈련만을 받는다면, 처음부터 대학에 진학하기보다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학은 더 공부하기를 원하는 이들의 선택사항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주장을 듣는 몇몇 사람들은 우리나라에 학교가 너무 많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사회에서는 학벌이 굉장히 중시되고 있다. 대기업 정규직인가 아닌가에 따라 '을'의 입장에 선 이들 사이에서도 계층이 존재하게 되고, 대기업의 정규직이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학벌이, 그리고 연줄이 필요한 사회이다. 그러니 학벌은 당연히 한 사람의 신분을 결정짓는 여러 요소 중 하나가 되어 있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대학의 수가 많다며 막무가내로 폐교 압박을 넣을 수만은 없는 실정인데, 2011년에 반값등록금이라는 이슈가 전 국민적 이슈가 된 이후로 대학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 매우 거세진 느낌이 든다. 물론 비리사학, 부실사학들에 대한 압박 자체는 매우 바람직하다. 그러나 단순히 폐교에 대한 압박으로 끝나버려서는 안된다. 그곳의 학생들에게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부실사학에 대해서는 국립학교들의 캠퍼스로 이용하는 등의 대안이 있을 수 있고, 비리사학들에 대해서는 견제도구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사학법을 제정한다든지 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노력들로부터 대학의 오롯한 자립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며, 대학이 진정한 학문의 광장이자 지성의 상아탑으로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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