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이야기, 가슴 적시는 따스한 이야기가 있다.

연극 <검정고무신>은 억척스런 첫째 진실, 철부지 둘째 야동, 마냥 착한 셋째 갑동, 개구쟁이 넷째 양동, 어리지만 속 깊은 다섯째 봉실, 그리고 막내 업둥이까지 부모 없는 육남매가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다. ‘뻔한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배우들은  구수한 사투리와 연극만이 주는 생생한 현장 속에서의 애드립으로 지루하지 않고 뻔하지 않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육남매의 밥상 위엔 늘 꽁보리밥과 간장만이 오른다. 그마저도 부족해 첫째 진실은 끼니를 거르기 일쑤다. 육남매의 옷은 다 헤져 곳곳에 구멍이 숭숭 뚫려있다. 그러던 어느 날 둘째 야동이 ‘성공해 돌아오겠다’며 집에 있는 돈을 갖고 사라진다. 고달프고 배고픈 가족들의 삶은 더 팍팍해진다. 남은 가족들은 빚도 못 갚고, 집세도 못내 어려운 처지에 놓인다.

그러던 와중 첫째 진실은 막내를 입양 보내면 돈을 주겠다는 말에 고민하지만 끝내 동생을 보내지 않는다. 먼저 하늘로 간 엄마를 원망하면서도, 자신에게 이러한 삶의 무게를 짊어지게 한 세상을 한탄하면서도 자신의 힘으로 가족을 지킨다. 도망 간 둘째가 거지꼴을 하고 돌아왔을 때도 그는 “이리 됐으믄 빨리 빨리 들어와야 할 거 아녀”라며 퉁명스레 말하지만 눈에는 안타까움과 눈물이 맺혀있다.

이렇듯 <검정고무신>은 가족의 전형적인 ‘사랑’을 보여준다. 방법은 잘못됐지만 가족들과 더 잘살기 위해 노력하는 야동의 사랑, 자신의 꿈을 포기하며 가족들을 위해 구두닦이가 된 갑동의 사랑, 진실의 구멍 난 검정고무신이 마음에 걸려 없는 형편에도 언니의 고무신을 사온 봉실의 사랑 등 연극에서는 가족을 위하는 육남매의 모습을 다양하게 그려낸다. 육남매가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은 각각 다르나 ‘자신’이 먼저가 아닌 ‘가족’을 먼저 위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또 어려운 상황 속에서 끝까지 함께 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검정고무신>은 광주 유스퀘어문화관 동산아트홀에서 오는 19일까지 월요일을 제외한 모든 날에 공연된다. 공연 시간은 평일은 7시 30분이며 석가탄신일, 어린이날, 토요일은 3시와 7시, 일요일은 3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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