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달에 교내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서점을 방문하는 기백 명의 사람들이 가장 빈번하게 하는 말은 “아, 너무 비싸”였다. 심지어 어떤 학생은 교양서적을 십만원 이상 카드로 결제한 후, 서명란에 ‘비싸’라고도 적기도 했고, 또 다른 학생은 생활협동조합원에 가입하여 책값 5%만 할인 받고나서 다시 탈퇴하기도 했다.

이때 필자는 불쾌감보다 안타까움을 느꼈다. 물론, 너무 두꺼워서 한 학기에 전부 수강할 수도 없는 책을 사는 것은 충분히 불합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책 자체의 비쌈’으로 걸고넘어지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책값을 결정하는 것은 종이의 질이나 인쇄 상태 뿐 만이 아니다. 책 안의 지적 가치 역시 책값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하지만 우리는 과연 얼마나 지식의 가치를 존중하고 있을까. 우리는 한 명 또는 그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 수 십년간 연구한 결과를 모아놓은 그 비싼 책을 그저 수업시간에만, 그저 시험을 보는데만 사용하지 않았을까. 학기가 끝나면 곧바로 버리거나 책꽂이 깊숙한 곳에 꽂아놓기만 했다면 우리가 책의 가치를 어떻게 판단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자신의 교재를 구입하지 않으면 학점을 주지 않겠다는 공지를 해 논란이 된 마광수 교수는 “요즘 학생들은 영화보고 커피 마시는 것은 아까워하지 않으면서 책 사는 것은 억울해한다”는 말을 했다. 물론 마 교수가 강압적으로, 그것도 학점을 운운하며 발언을 했다는 것에는 문제의 소지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조금 더 지식의 가치를 존중하고, 자신이 평생 안고 갈 지식에 투자하는 것을 아까워하지 말라”는 그의 의미를 한 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과연 우리가 들고 있는 책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필자는 책 뒷면에 적힌 숫자를 묻는 것이 아니다. 여러분이 그 책을 통해 얻고자 하는 가치가 얼마인지 묻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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