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가 후배에게 기합을 주는 MT문화가 문제시되는 가운데, 올해 MT를 폐지한 사회학과와 10여 년 전에 MT를 폐지한 철학과가 눈길을 끈다.

사회학과는 교수들의 제안으로 올해부터 기합 대신 ‘스승과의 대화’ 시간을 마련했다. 운동장 대신 방안에 교수와 학생들이 한데 모여 조금 더 가까워지고, 스스럼없는 대화의 시간을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큰 성과는 없었다. 큰 방에 둥그렇게 앉은 학생들과 소수의 교수가 이야기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국민호 사회학과장은 “MT의 기합받는 문화를 없애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은 점진적인 문제라 생각한다”며 “내년에는 공청회나 세미나를 개최해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는 MT 문화를 만들어보겠다”고 말했다.

철학과 역시 “대학은 자율적인 공간이어야 한다”는 교수들의 제안에 따라 10여년 전에 기합을 없앴다. 대신 저녁음식재료를 상품으로 놓고 게임을 한다. 조원들 얼굴이 모두 나오도록 셀프카메라를 찍어 가장 먼저 회장에게 문자메시지 보내기, 원으로 묶은 줄 안에 모이기 등 조별 게임을 진행한 뒤 이긴 팀에게는 소시지 한 봉지 등 소소한 상품을 주는 식이다.

큰 상품은 아니지만 학생들은 재미가 있어 게임에 열중한다. 양신정 씨(철학·10)는 “기합을 통해 친해진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한데 어울려 게임하고 놀다보면 더 쉽고, 모두가 즐겁게 친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자율전공학부(자전부) 역시 MT 동안 기합을 받지 않는다. 다만 앞의 두 학과와 달리 자전부는 2010년에 신설된 때 MT를 주는 선배가 없었고, 그렇다보니 계속해서 그 누구도 MT를 주지 않고 있다. 대신 2박 3일의 MT 동안 간단한 체육대회, 요리대회 등으로 시간을 보낸다. 이지운 씨(자율전공·12)는 “그 누구도 기합을 받지 않아서인지, 동기들 역시 기합을 주지 않아야한다는 생각이 크다”고 말했다.

더 나은 대학문화를 위한 ‘2013 대학운동프로젝트’를 진행중인 백선경 씨(철학·13)는 “MT는 서로를 알아가며 친목을 다지는 자리인 만큼, 강압적인 기합 보다는 대화를 하며 서로를 알아가는 것이 진정한 MT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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