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산의 한 고등학교 1학년생이 지난 11일 같은 반 친구들의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경악스런 일이지만, 동시에 이제 별로 놀랍지도 않을 지경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미디어에서 볼 수 있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놀랍지 않은 대신 슬프다. 아주 슬프다.

희생당한 피해자는 15살이다. 얼마나 꿈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또 정신적으로 예민할 나이인가. 괴로움의 극단을 견디다 못해 죽음이라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피해자의 마음을 감히 헤아릴 순 없겠지만, 상상이라도 해본다면 슬퍼져 고개라도 숙이고 싶은 심정이다.

이러한 슬픈 일이 끊이지 않고, 점점 더 잦아지는 모습을 보면 우리 사회가 선뜻 치유하기 어려운 심각한 병에 걸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병에 걸린 사회에 사는 사람들은 그 역시 병에 옮아 비상식적이고 나쁜 행동과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회가 걸린 병의 원인을 진찰하고 치료하지 않는 이상 이런 슬픈 일들은 결코 끊이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입에 담기도 어려울 만큼 그 죄질이 추악하고 잔혹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병에 걸린 사회를 치료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진단을 내리며 어떤 치료책을 꺼내들고 있는가. 병의 원인을 분석해 재발을 방지하는 쪽인가, 아니면 단편적으로 상처를 가리기에 급급해 부작용과 합병증을 키우는 쪽인가.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가 받고 있는 치료법은 후자에 가깝다.

피해자가 남기고 간 유서에는 “학교폭력은 지금처럼 해도 백퍼센트 못 잡아내요”라고 쓰여 있었다. 피해자가 다니던 학교에는 교실과 화장실 등 교내 곳곳에 학교폭력 방지용 CCTV가 달려 있었는데, 가해자들은 그 CCTV가 비추지 않는 사각지대에 피해자를 끌고 가 괴롭혔다. 피해자는 저 처절한 한마디로 CCTV 확충이 학교폭력의 근본적 대비책이 될 수 없음을 외쳤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지난 14일 열린 ‘학교폭력 관련 관계부처 차관회의’에서 나온 학교폭력 대책은 ▲고화질 폐회로텔레비전(CCTV) 확대 ▲취약 지역 학교를 중심으로 지자체 CCTV 통합관제 단계적 확대 ▲현재 전체 학교의 32%에 설치된 경비실 2015년까지 86%까지 확대 ▲폭력서클 결성 집중 단속 등이었다.

우리 사회가 내놓는 치료책이라고는 피해자가 ‘소용없다’고 밝힌 것보다 나아진 게 없다. 아니 오히려 그 이하다. 이것이 병든 우리 사회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다.

대체 무엇이 가해자를 양성하고, 희생자를 낳게 하는가. 병든 사회를 진단할 수 있는 건 CCTV의 차가운 렌즈 따위가 아니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터질 슬픈 일들에 대해 더 이상 단편적인 사고로 일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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