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고구마와 떡국으로 마음까지 따뜻해진 무각사의 새해 

▲ 추운 날씨에도 무각사를 찾은 한 가족이 스님과 함께 새해 소망을 담아 타종을 하고 있다.

타종식과 해돋이는 새해맞이를 준비하는 많은 사람들이 흔히 떠올리는 곳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0시가 되면 TV속에서 울려 퍼지는 보신각의 타종식은 특히나 인상적이다. 하지만 보신각이 아닌 광주에서도 타종식을 볼 수 있다. 서구 치평동에 위치한 무각사에서는 1월 1일의 새해맞이를 타종소리로 시작한다. 장작불에 구워 먹는 고구마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국까지, 무각사의 새해맞이 현장을 <전대신문>이 전한다. /엮은이

눈과 함께한 새해맞이 준비
무각사 불이문을 들어서자 스님이 만들어 놓은 눈사람이 시민들을 맞이한다. 새해를 맞기에는 한 시간이나 남았지만 무각사 안은 사람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한쪽에 준비된 장작불은 가족, 연인, 친구들과 함께 온 시민들의 추운 몸을 녹여주고 있었다. 장작불에 호일로 감싼 고구마를 넣기 무섭게 사람들은 익은 고구마를 찾는데 열심이었다. 시민들은 구운 고구마를 꺼내 옹기종기 모여 호호 불며 맛있게 먹었다. 절에서 준비한 따뜻한 차도 시민들의 추운 몸을 잠시나마 녹여줬다. 아이들은 아빠가 끌어주는 썰매를 타며 환한 웃음을 가득 머금고 있었고, 넘어져도 곧장 일어서서 다시 눈썰매에 올라탔다.

대웅전으로 올라가자 한해의 복을 빌기 위해 법당을 찾은 사람들로 붐볐다. 법당 옆에서는 타종을 기다리는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이 11시부터 긴 줄을 이루고 있었다. 한해의 시작을 알리는 종을 직접 치기 위해서였다. 결혼을 앞둔 한 연인은 “부부가 되어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새해소망을 내비쳤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무각사를 찾은 이들도 있었다. 수완중학교에 재학 중인 문규리 학생은 “무각사는 친근하고 가족같은 분위기”라며 “‘처음처럼’이란 말을 기억하는 한해”를 희망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에게는 “공약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학생들이 등록금 문제에 대해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가족과 함께 온 송원고등학교 나민주 학생은 소망으로 ‘수능대박’을 꼽았다.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 된 그는 “모든 가족들이 함께 와서 더욱 뜻깊다”며 “최선을 다하는 한해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아들의 힘을 실어주기 위해 나왔다”는 그의 어머니 역시 아들의 힘찬 한해를 소망했다.

소복소복 내리는 눈 사이로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을 둘러싼 시민들과 함께 무각사는 따스한 새해맞이를 준비하고 있었다.

▲ 무각사의 법당 안에서 새해를 맞이한 한 시민이 명상에 잠겨있는 모습.

무각사를 가득 메운 새해 희망
“십, 구, 팔…삼, 이, 일.”

새해를 몇 초 남기지 않은 순간부터 종 주위를 둘러싼 시민들은 입을 모아 카운트다운을 세기 시작했다. 새해의 시작과 함께 주지스님의 댕, 댕, 댕 종소리가 무각사에 울려 퍼졌다. 힘찬 종소리를 듣던 시민들은 서로 새해 인사를 나누거나 가족과 함께 손을 잡으며 한해를 맞이했다.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법연스님은 “보신각에 갈 수 없는 시민들을 배려하기 위해 새해맞이 타종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각사를 찾은 모든 가족들이 건강하고 소원성취를 이뤘으면 좋겠다”며 “크게 나아가 우리나라 모든 사람들이 서로 화합하고 소통하길 바란다”는 신년소망을 전했다.

주지스님의 타종이 끝나자 곧바로 시민들의 타종이 시작됐다. 타종을 하기위해 올라가는 계단은 한사람만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좁다. 하지만 시민들은 한해의 새로운 시작을 위해 좁은 계단임에도 질서 있게 움직였다. ‘하나, 둘, 셋’ 하는 스님의 구호에 맞춰 제각기 자신들의 소망을 품고 힘껏 타종을 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란 말을 전하며 찍은 스님과 대분분의 시민들은 사진에는 무각사 타종식의 추억이 듬뿍 담겨져 나왔다. 시민들은 추운날씨로 빨개진 얼굴이었지만 모두들 활짝 웃음지었다.

시민들은 대부분 새해 소망으로 ‘가족건강’을 우선으로 꼽았다. 김상동 씨는 “모두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올 한해 기분 좋게 시작한 것 같고 가족 모두가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긴 줄을 서있던 시민들 모두가 타종을 할 수 있도록 한 무각사의 배려에 늦은 새벽까지 타종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타종을 마친 시민들은 ‘떡국 먹으러오세요’하는 소리에 이끌려 식당으로 들어갔다. 떡국의 뜨뜻함과 고소한 냄새로 가득한 식당안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로 가득했다. 자원봉사를 하는 분이 돌아다니며 나눠주는 김치 또한 배를 든든하게 채워줬다. 깨끗이 비운 그릇을 싱크대에 가져다 놓으며 건냈던 신년 인사들까지 더해져 무각사의 새해는 온통 따뜻함으로 가득했다.

늦은 새벽시간이 되자 다시 고요해진 무각사에는 몇몇 시민들만이 남아 법당안에서 소망을 빌고 있었다. 저들 역시 가족의 안녕과 밝은 2013년을 위한 공양을 드렸을 것이다.

새로운 한해, 희망과 바람이 가득한 무각사의 새해. 그곳에서 만난 시민들의 소망은 다양하면서도 비슷했다. 이들의 소망은 무각사의 타종소리와 함께 널리 울려 퍼졌다. 무각사에서 빌었던 계획을 마음속에 기억하면서 따스함, 희망, 그리고 웃음으로 가득한 한해가 되길 바라며, 반갑다. 2013년!

▲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 앞에서 군고구마를 먹으며 추위를 녹이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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