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고 날씬하고 섹시한 몸, 쌍꺼풀진 눈과 오똑한 코, 그리고 갸름한 얼굴형. 바로 우리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미인'의 기준이다.
대학 3학년인 한 여학생이 취업을 고민하면서 영어학원 등록비를 부모에게 달라고 하자 그 부모는 돈이 없다면서 거절했다고 한다. 그런데 며칠 후 평소 코가 낮아 고민인 그 여학생에게 몇 백만원이 드는 코 성형수술을 부모가 기꺼이 해주었단다. 수술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성형계'를 드는 일부터 성형수술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적금을 깨고 빚까지 내는 여성도 있다고 한다. 유행처럼 확산되는 성형수술은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미인'의 기준에 도달하기 위해 여성들이 선택하는 외모가꾸기의 한 방법이다.
여성들의 외모가꾸기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지극히 여성적인 본능 때문이 아니라, 여성의 가치가 주로 외모를 기준으로 평가되고 외모 이외의 방식으로 그들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통로가 차단되어 있는 사회에서 선택할 수밖에 없는 수단이다. 즉, 돈과 시간, 수술 부작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여성들이 성형수술을 통해 외모가꾸기를 하는 것은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획일적 아름다움을 부추기는 사회구조의 문제이다.
외모의 아름다움에 높은 가치를 두는 남성중심사회에서, '사회생활에서 외모가 곧 실력과 능력으로 통하는' 사회에서,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논리가 만연되어 있는 사회에서 여성들은 외모가꾸기에 더 몰두할 수밖에 없다. 외모로 불이익을 당한 경험이 있는 여성일수록 성형수술과 다이어트를 할 의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불이익 경험자의 43.6%, 비경험자의 26.3%)에서도 여성들로 하여금 아름다움의 전략적 가치를 경험하게 만드는 사회일수록 여성들의 외모가꾸기가 확산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아름다운 외모가 대접받는 외모지상주의 사회에서 몸은 곧 자본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성형수술과 다이어트 등 외모가꾸기를 통해 여성들이 자기 몸을 바꾸려는 것은 몸에 대한 시각이 주체적이고 긍정적이기보다 타자화된 시선, 즉 남성의 시선으로 여성자신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사회적 약자일 수밖에 없는 여성에게 요구되는 획일화된 미의 기준은 평범한 외모를 가진 여성들에게 콤플렉스를 갖게 만들고 극단적으로는 성형에 중독된 여성, 식사장애(폭식증이나 거식증) 여성들을 만들어낸다.
외모가꾸기를 부추기는 사회에서 여성의 몸에 가해지는 억압과 차별을 극복하는 그 첫걸음은 주체적인 시선으로 여성 스스로 몸의 주인이 되는 것, 그리고 획일화된 미의 기준을 벗어던지는 것이다. 필자는 쌍꺼풀 수술만 하면 예쁘겠다고 부추기는 주변사람들, 살을 조금 빼야 하지 않느냐는 주변사람들에게 "나름대로(?) 만족하고 산다"고 대답한다. 물론 그 대답 후에 들리는 것이 콧방귀일지라도, 그대로 당당하게 외친다. "있는 그대로의 내 자신을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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