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순간도 놓칠 새라 서킷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관중들.

경기 시작 전, 모든 선수가 트럭을 타고 서킷을 돌며 관중들에게 인사를 하는 ‘드라이버 세리머니’가 시작됐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가까이서, 그것도 ‘한눈에’ 지켜볼 수 있기에 사람들이 관중석 앞에 몰려 있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또, 관중석 앞에 설치된 스크린에 선수들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 인터뷰가 생중계됐다.

심장을 울리는 ‘엔진소리’

본격적인 경기에 앞서 퀄리파잉 성적에 따라 지정된 그리드(트랙에 그려진 출발위치를 나타내는 격자)에 레이싱 카들이 정렬되어 한 바퀴를 돌았다. 출발 전, 트랙과 레이싱 카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연습주행이었는데, 처음에 이조차도 몰라 ‘속도가 저거밖에 안 나오나?’하는 ‘실망(?)’도 했었다.

부끄럽지만 솔직해지련다. 그 후, 다시 레이싱 카들이 그리드에 정렬했고, 다섯 개의 빨간불이 카운트되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출발! ‘우아앙!’ 귀를 찢는 엄청난 엔진소리와 함께 레이싱 카들이 폭발적으로 튀어나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스피드 축제’가 시작된 것이다.

‘우와!’하는 관중들 소리와 함께 출발한 지 3초나 지났을까. 첫 코너에서부터 치열한 자리싸움이 펼쳐졌다. 앞서나가는데 유리한 ‘안쪽’을 선점하기 위해 24대의 레이싱 카들이 한 자리에서 만난 것이다. 좁디좁은 그 코너를 누가 먼저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인가! 주먹이 자연스럽게 불끈 쥐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2대가 하얀 연기를 내며 속도를 줄이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충돌사고가 일어난 듯했다. 워낙 좁은 장소에서 바퀴가 접촉했기 때문에 타이어가 견디지 못하고 터져버린 것이다. 시작부터 사고라니. 관중들도 안타까운데 본인은 오죽할까. 차이는 금방 벌어졌고, 그 드라이버들은 외로이 자신과의 싸움을 벌여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 'F1 머신'의 스피드를 따라가기엔 기자의 카메라 다루는 능력이 부족했다.

상위권에서는 퀄리파잉에서 2위를 차지했던 베텔이 웨버를 제치고 1위로 달리고 있었다. 그 뒤로 알론소와 해밀튼이 따라붙었다. 55바퀴나 돌아야 하기 때문일까. 초반에 일어났던 사고 외에는 저마다의 페이스를 유지했다. 중반쯤 되었을까. 해밀튼이 승부수를 띄웠다. 핏 스탑(Pit stop, 레이스 중 타이어 교체 및 간단한 정비작업)없이 ‘질주’를 선택한 것이다. 이에 놀란 드라이버들도 3초 남짓의 ‘신속한’ 핏 스탑 후 레이스에 복귀했다. 과연 승부는 어떻게 될 것인가. 관중들의 주먹은 땀으로 흥건해지고 있었다. 

F1 우승, ‘스피드’의 최강자

상위권에서의 순위싸움은 그렇게 치열해지고 있었으나, 필자의 ‘슈마허’는 중위권이었다. 속도가 예전만큼 나오지 않았지만 노련한 드라이빙으로 추월을 허용하지 않는 관록을 보여주었다. 그런 장면들로 인해 ‘혹시나’하는 ‘희망’을 잃지 않고 경기를 관전할 수 있었다.

▲ 결승전 시작 전, 이야기를 나누는 바빠진 경기진행요원들.
레이스가 종반으로 흐르자, 해밀튼이 쳐지기 시작했다. 엔진상태를 점검하고 타이어를 제때 교체하지 않아 뒷심이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직선주로에서의 속력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또, 코너를 돌면서 하얀 연기가 일 정도로 브레이킹 상태가 좋지 않아보였다. 이로써 상위권은 선두 베텔 뒤로 웨버, 알론소가 따르는 3강 구도가 되었다.

하지만 영암 서킷은 레이싱 카의 성능이 비슷하면 추월하기 쉽지 않다. 5바퀴쯤 남았을까. 1위를 질주하던 베텔이 2위 웨버와의 거리도 늘려가며 ‘독주’하기 시작했다. 하위권과도 1바퀴 이상씩 벌리며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결국 그렇게 베텔이 가장 먼저 체커드 플랙(레이스의 종료를 알리는 체크무늬 깃발신호)을 받았다.

이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코리아 그랑프리 정상에 올라선 것이고, 아울러 2012 시즌 네 번째 우승을 달성하면서 종합 순위에서도 종합 순위 1위에 오르는 ‘중요한’ 우승이었다. 무엇보다 대단한 것은 다른 레이서들을 일찌감치 따돌리며 한번도 1위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베텔의 드라이빙은 ‘경이’ 그 자체였다. ‘우승자’ 베텔은 관중들의 눈을 사로잡은 ‘진정한 챔피언’이었다.
 
짧다면 짧은 시간. F1과 함께 영암 서킷, 그 역사적인 그랑프리 현장에서 세계 최고의 레이서, 카들을 직접 보고 느꼈던 바를 글로 옮겼다. 하지만 부족함을 감출 수 없다. 그 화려했던 축제의 장을 보다 더 ‘생생하게’ 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백문이 불여일견(百聞이 不如一見)’ ‘스피드’는 읽는 것이 아니다. ‘즐기고 싶다’면 내년 F1을 관전하라! (끝)

 

F1 이모저모

1. F1 레이싱 카의 최고 속도

2005년 BAR은 보너빌 소금평원에서 규정에 얽매이지 않게 개조된 F1레이싱 카로 413km/h를 기록했고, 2006년 혼다는 같은 같소에서 1km의 거리를 평균 속도 397.5km/h로 달린 기록을 남겼다. F1 그랑프리에서의 최고 속도 기록은 몬짜에서 펼쳐진 2005 이태리 그랑프리에서 맥라렌의 몬토야가 기록한 372.6km/h이다.

2. 여성 F1 드라이버

60년이 넘은 F1 역사를 통틀어 그랑프리 공식 세션에 참가한 여성 드라이버는 다섯 명뿐이다. 이 중 레이스를 참가한 드라이버는 단 두 명뿐이고 포인트를 기록한 여성 F1 드라이버는 1975 스페인 그랑프리에서 0.5포인트를 기록한 이탈리아의 렐라 롬바르디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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