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총장 선거'와 '직선제 폐지'에 대해 한참 글을 써내려가다가, 갑자기 서글픈 마음에 쥐고 있던 펜을 놓아버렸다. 총장 선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문제들에 대해 아무리 왈가왈부한들, 그게 무슨 소용인가! 어차피 투표용지조차 구경할 수 없는 대학원생들(그리고 비정규교수, 청소노동자 등)이 보기에는 '가진 자'들끼리 벌이는 너저분한 권력놀음일 뿐인 것을.

전남대라는 공동체를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학교의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고 오만가지 핑계를 대며 배제시키는, 그러한 비민주적인 행태를 보였던 자들이, 총장 선거 과정에서 일어난 잡음에 대해 저들끼리 '검찰의 정치적 의도' 운운하다가 직선제가 폐지되니 '대학 민주주의'가 훼손되었다느니, '대학 공공성'이 후퇴했다느니 온통 호들갑이다.

교수와 교직원들이 신주단지처럼 지키려는 직선제란 애초에 그들만의 잔치였다. 그나마 구색을 갖추기 위해 19대 선거부터 학부생들에게 1%에 해당되는, 12장의 투표용지를 쥐어줬을 뿐이다. 후퇴한 것은 사실상 교수와 교직원들'만'의 민주주의이며 공공성이다. 그동안 철저히 배제되어왔던 우리들의 입장에서 '늑대가 쫓겨 나가고 사자가 온다'고 하여 뭐 그리 달라지겠는가.

한편에서는 총장 직선제 폐지 다음에 법인화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며, 학문의 고유한 가치들이 경제 논리로 재단될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솔직해지자. 2007년부터 어느 정치인에게 명예철학박사학위를 '팔려고' 수차례 시도해왔던 것은 똑같은 경제 논리가 아니었던가? 비정규교수를 착취하여 자신의 배를 불려나갔던 대학의 운영방식은 이윤추구만을 위한 경제 논리가 아니었던가? 그간 대학에 뿌리내리고 있었던 그러한 논리들에는 눈 감고 있다가 이제 와서 법인화의 파고(波高)를 걱정한다는 것은 순진한 자기기만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말들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남 탓 할 것 없다. 생각하면 대학원생들에게 투표권이 보장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제 한 몸 일으켜 '우리도 학내의 구성원'이라고 소리친 적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현실 논리 앞에 닳고 닳아버린 모래알이다. 대학원생을 위한 행정부서가 해체되면 해체되는 대로, 연구 공간이 없으면 없는 대로, 주차 시간을 제한하면 제한하는 대로 순순히 따라왔다. 우리는 유령이다. 세상의 진리를 구하기 위해 온갖 전공 책을 짊어지고 학교 안을 버젓이 걸어 다니지만, 실상 그 진리에 파묻혀 제 목소리 내지 못하는, 침묵하는 유령이다. 이토록 비주체적인 자들에게 어느 누가 투표용지를 흔쾌히 양보하겠는가.

대학원생들에게 감히 고하건대, 이번 총장 선거에 대해 관심 갖지 말자. 우리를 대변해줄 총장은 아무도 없다. 우리가 머리를 맞대어 고민해야 할 것은 '어떻게 우리 자신을 일으켜 세울 것이며, 어떻게 하면 온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참된 직선제를 쟁취하여, 투표용지를 손에 쥘 수 있을 것인가' 오직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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