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혈아, 깡패, 창녀, 등 김기덕의 대표작들의 주인공들은 항상 사회로부터 소외된 자들이었다. 주인공들은 폭력의 대상이 되거나 폭력을 일삼음으로써 자신의 울분을 표현하고 그들에 대해 카메라는 어떠한 미화도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폭력을 보여주는 것이 김기덕 영화의 한 특징이다. 하지만 ‘피에타’에서의 소외된 자들에 대한 시선은 사뭇 다르다. 물론 영상은 다큐만큼이나 잔인하지만 이야기는 그렇지 않다.

피에타 이전의 김기덕 영화의 주인공들은 항상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그것이 때로는 죽음이거나 아니면 죽음보다 못한 생을 이어나간다. 주인공에 대한 연민은 없었다. 그저 처절한 ‘삶’ 그 자체를 보여줄 뿐이었다. 그런 면에서 피에타도 크게는 다르지 않다. 하지만 영화 ‘피에타’에서는 폭력의 피해자가 되었던 인물들이 가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연민을 던진다. 극중 여자는 주인공에게 복수하기 전 그에 대한 연민을 던진다. ‘강도 너무 불쌍하다.’ 폭력으로 점칠 되고 그 폭력에 희생된 이가 직접적 연민을 던진 장면은 기존의 김기덕의 영화에서 없었던 것이다. 주인공의 주변 인물들은 대개 주인공의 폭력에 희생되고 그것을 다만 관조할 뿐이었다.

‘피에타’에서는 주인공의 폭력에 희생되고 사회로부터 소외된 다채로운 인물들을 다룬다. 태어날 아기를 위해 손을 자르는 아버지, 50년간 일했지만 자살로 생을 마무리하는 노동자, 주인공에게 손이 잘려 비닐하우스에서 생활을 연명하는 부부등 주인공의 주변인물에 대해 이렇게 자세하게 다룬 것도 ‘피에타’가 처음이다. 영화 후반부 주인공은 자신의 폭력에 희생된 사람들의 삶을 돌아본다. 그리고 자살한다. 주인공의 자살이 의미하는 바는 소외된 이들과 폭력을 일삼았던 자기 자신에 대한 속죄와 연민이라 생각한다.

제목 ‘피에타’는 이탈리아어로 ‘자비를 베푸소서’ 이다. 영화에서 자비를 바라는 것은 소외된 이들 뿐만 아니라 폭력을 행사했던 주인공 또한 자비를 바란다. 주인공과 주인공에게 희생당한 사람 모두가 ‘돈’에 의해서 삶이 짓밟혀진 사람들이다. 김기덕의 영화는 이렇게 짓밟혀진 사람들의 삶에 주목하며 연민한다. 이제는 소외된 이들과 가해자들에 대한 관조보다는 그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들을 연민해야함을 영화는 말한다.

김기덕의 18번째 영화 ‘피에타’는 김기덕 영화의 전환점이 되는 작품이다. 그가 이야기를 통해 적극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것도 처음일뿐더러, 기존의 세련된 영상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의 ‘날것’과 같은 영상을 추구한 첫 번째 작품이다. 그의 자기 고백적 영화 ‘아리랑’에서 말했듯이 김기덕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소외된 이들을 다룰 것이다. 김기덕의 영화가 세상의 주목을 받든 못 받든 대중성의 문제를 떠나 사회의 어둠을 다루고 연민한다는 점은 충분히 김기덕의 영화를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